Politics & Movie: Dr. Strangelove (1964)

MuzeWeek/Culture 2011. 12. 24. 07:15

= Mein Führer, Dr. Strangelove Can Walk! =


              Stanley Kubrick의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시점부터 1990년대 소비에트 공산권의 몰락까지 이어진 이른바 냉전(Cold War)시기의 핵전쟁 및 인간적 오류에 대한 두려움(nuclear fear)과, 미국이 소련에 대한 과학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나치 독일 패망을 전후로 하여 나치 과학자들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고 미국 시민으로 귀화시킨 Operation Paperclip 등을 풍자한 작품이다. Dr. Strangelove라는 인물이 바로 Operation Paperclip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과학자의 풍자인데, 그는 미국 대통령을 “총통 각하 (Mein Führer)”라고 잘못 칭한다든가 히틀러 경례를 하는 등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보다는 단지 잔인할 정도로 계산적이고 가치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미치광이 나치 과학자”이다. 이 글에선 이 두 가지 요소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냉전 시기 핵전쟁과 인간적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일부러 극한의 상황을 설정한 다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는 이른바 Doomsday Machine이라는 가상의 장치에 의해상징되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는 냉전 시기 핵무기가 가지는 억지력(deterrence)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저들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도 선뜻 선제 공격을 할 수 없고, 냉전이 cold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몇 몇의 지휘관이 상황판단을 잘못 하거나 신경쇠약(nervous breakdown)에 걸릴 경우 본국의 대통령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것 아닌가. 물론 이후에 이 영화에서 나온 시나리오 모두를 커버하는 작전 규정(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이 나왔다지만, 사실 어떠한 가능성이라도 열려있다면 핵억지는 그 자체만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 없을지 모른다. 단지 냉전 시기의 40여년간 세계는, 운이 좋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Operation Paperclip에 대해 설명하자면, CIA의 전신인 OSS가 나치 독일의 패망을 전후로 해 나치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흡수해 과학, 군사기술의 약진을 꾀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전은 Joint Intelligence Objectives Agency (JIOA)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영국이나 소련에게 독일의 과학 전문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미 대통령 Harry Truman은 나치 독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거나 나치당원이었던 과학자들은 작전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나치 과학자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JIOA는 어쩔 수 없이 위장취직 및 위장 전기 마련, 그들의 나치 전적 소멸 등의 과정을 거쳐 해당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실제로 미국의 과학 기술은 이 작전의 결과로 인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경쟁에 있어 소련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셈이다. 유명한 로켓 과학자인 Wernher von Braun등 이전에는 “연합군의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분류되던 이들이 미국이 소련과 벌일 군비경쟁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핵전쟁의 그림자는 사실상 나치 독일의 프로젝트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r. Strangelove가 War Room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세상의 멸망이 확실시 되자 갑자기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Mein Führer, I can walk!”이라고 외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마치 MAD는 나치의 망령이 20세기에 남겨준 유산이며 실제로 독일을 패망시킨 미국과 소련의 공멸에 대한 복수인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담은 메시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현실에서 그 차가운 평화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먼저 핵전쟁의 사례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 함의가 큰 것을 찾아보자면 1990년대부터 이어지는 북한의 핵위기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군당국은 북한이 다음과 같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정거리 53km의 170mm 장사정포 - 10kt급 이하의 핵탄두 / 사정거리 55km의 FROG-5 지대지 로켓 - 25kt급 이하의 핵탄두 /사정거리 70km의 FROG-7 지대지 로켓 - 25kt급 이하의 핵탄두 / 사정거리 300km의 SCUD-B (화성 5호) 미사일 - 메가톤급 이하의 핵탄두 / 사정거리 500km의 SCUD-C (화성 6호) 미사일 - 메가톤급 이하의 핵탄두. 작전계획 5027은 핵전쟁에 대비한 별도의 계획은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포괄적 개념의 핵전쟁 대비 계획이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핵전쟁의 조짐이 있을 경우 핵무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과 운반시설, 투발 수단 등을 사전에 억제하고 무력화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10kt급 핵탄두가 공중에서 폭발되면 최전방 전투력의 10%에 육박하는 사단급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각주:1]

               최근까지 일부에서는 최소한 20여개의 원심분리기가 파키스탄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30%가량 농축된 우라늄 30㎏ 정도만 있으면 원심분리기 25개를 1년 가동해 핵탄두 1개 분량의 HEU(농축우라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각주:2] 북한을 2010년 방문해 영변의 핵 시설을 견학하고 돌아온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이 설치한 영변 경수로의 우라늄 농축 설비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구축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헤커 소장은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완전히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북한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거나, 조만간 그런 역량을 가질 수 있다”며 “연간 8000kg SWU 규모의 농축 역량이라면 북한은 연간 최대 2t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고, 시설을 전환하면 최대 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각주:3]

               북한의 핵개발은 냉전시기 이후 시작되었는데, 그 주된 목적은 탈냉전시기에서의 국가생존전략이라는 데에 있었다. 소련 및 동구권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 미국의 패권 부상 등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경제협력 등의 부수적인 우선순위에 입각한 협상제안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우라늄 원심분리기 공개와 연평도 포격 등은 아직도 우리가 신 냉전구도에 북한의 볼모로 잡혀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들은 단지 미국과의 협상카드로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인질이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북핵 위기가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Dr. Strangelove에서와 같이 북한군 내부의 누군가가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미국이 그렇게도 북한의 핵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북한의 정권이 핵무기를 다룰 수 있는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간의 핵무기 군비 경쟁에 비할만한 임팩트는 없다고 해도, 지니는 함의는 북핵 역시 동일하다. 차가운 평화에선, 자칫하면 모두 죽는다.

               다음으로는 Dr. Strangelove가 패러디하고 있는 Operation Paperclip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온 과학자들의 사례를 폰 브라운과 스트럭홀트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작전명 페이퍼 클립(Operation Paperclip)은 전범으로 분류된 독일 과학자나 기술자들을 종이 클립으로 표기해 따로 보관하는 간단한 작전이었다. 훗날 NASA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642명의 ‘외국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확인 됐다. 이중 미국이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이 바로 폰 브라운(Wernhervon Braun)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보복무기 2 (Vergeltunswaffe-2), 우리가 흔히 말하는 V-2 로켓을 만든 것이 바로 폰 브라운이다. 이당시 영국과 미국의 과학첩보부대는 폰 브라운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폰 브라운은 이때 소련군에게 잡혀가느니 미군에게 항복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7군 휘하의 44 보병사단에게 자기발로 걸어가 항복을 하게 된다.[각주:4] 미군은 그 즉시 300대의 차량을 동원해 V-2 미사일 관련 기록과 기계, 미사일 등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폰 브라운 팀 132명을 엄선해 미국으로 보내게 된다. (페이퍼 클립 작전 수혜자 중 단일팀으로는 제일 크다.) 이들은 미국 White Sands 미사일 사격장에서 V-2를 시험 발사하게 된다. 이 발사광경을 지켜본 미군 관계자들은 만장일치로 이들의 지원과 육성을 말하게 된다. 이들 폰 브라운 팀이 이후 1960년대 미국의 아폴로 계획, 즉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다.

               우주생리학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던 미국에게 ‘우주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며 미국의 우주 개척에 일등공신 역할을 맡았던 위베르투스 스트럭홀트(Hubertus Strughold) 박사. 이 사람이 없었다면, 1950년대 미 공군의 초음속기 개발 계획과 이후 있었던 아폴로 계획은 시작 자체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는 각종 우주복과 여압복, 우주인들의 생리상태 등등에 대한 독창적인 데이터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연구의 배경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유태인들을 재료로 한 생체실험을 통해서 이 데이터를 얻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고스란히 미국의 우주개발과 무기개발을 위해 넘겼던 것이다. 전쟁직후 국제군법재판소(The 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에 전범으로 올라가 재판을 받기로 했었으나, 그는 웬일인지 이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게 된다. 그리고는 곧바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생리학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대신 전쟁시절 그의 부하로 있었던 수십 명의 다른 과학자들이 군법재판소에 전범으로 기소되게 된다.[각주:5]

                
미국은 이렇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독일과 일본의 (일본의 경우는 731부대의 이시이 시로와 거래) 전범 과학자들과 뒷거래를 했었다. 그리고 그 뒷거래의 결과로 달을 정복했고,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세기에 개발된 대부분의 무기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념연구를 했던가, 개발을 했던 무기들의 연장선상이었다. 북한의 로동, 대포동 미사일의 아버지가 폰 브라운의 V-2 로켓인 걸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혼란스럽다. 이것을 좀 더 나은 선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미국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겉으로는 정의를 운운하며 불의와 뒷거래를 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지 본인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역사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누구의 손에 쥐어지는가에 따라 그 함의가 달라진다. 그것이 인류보편의 발전을 위해 사용될 것인지, 아니면 단지 공멸의 수단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1. “<北핵실험> 軍, 핵전 대비태세 점검 착수”, 연합뉴스, 2006년 10월 11일자 [본문으로]
  2. 박진우, “北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진실게임”, 세계일보, 2007년 2월 27일자 [본문으로]
  3. “북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2000개”, 한국경제, 2010년 11월 22일자 [본문으로]
  4. Michael J. Neufeld, Von Braun: Dreamer of Space, Engineer of War Vintage Series, (Random House, Inc., 2008) [본문으로]
  5. “[역사서비스 사실은] 106. 미군이 세계 최강이 된 까닭은?”, 경향신문, 2006년 5월 15일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