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behind that story.

Matrix Ltd. 2007. 10. 18. 09:22

TISTORY
솔직히 밝히자면, 티스토리가 베타를 시작했을 당시 난 회의적이었다. 이미 네이버에서 2년 이상 뼈가 굵은 (인기 블로거는 아니지만) 베테랑(?) 블로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네이버의 '스크랩'타입 블로그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블로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랐달까. 설치형 블로그는 결국 기존의 개인 홈페이지 계정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말이다. 실제로 이 생각은 지금도 많이 달라지진 않지만, 티스토리는 그런 점에서 메인 포탈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방식과, 개인의 방식을 절충하는데 성공했기에 이만큼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티스토리는 엄청난 가능성을,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폭탄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사실 네이버와 같은 거대 포탈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편하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정보, 지식 쪽으로 특화된 포탈이기에 아무리 그 누구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판한다 해도, 우물 규모가 웬만한 바다보다 큰 형태랄까. 하지만 그런 소위 '제공된 자급자족' 방식은 편하고 유용할지 모르지만, 운영하는 이가 조금만 게을러지면 금방 썩은 물이 고인 우물로 변하기 마련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네이버 블로그가 Microsoft Windows라면, 티스토리는 Linux랄까. 그런 점에서 태터툴즈, 혹은 티스토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취향에 따라 인터페이스를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강력하지만, 동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거대 포탈의 블로그들을 '거대한 본토에 연결된 근해의 섬들'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나마도 상호교류성을 확보한 티스토리조차 '각각의 섬들이 다자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띄고 있다. 한마디로 구심점 역할을 할 곳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 자체가 운영정책일 수 있고,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길게 보면 당연히 이런 방식이 되어야 맞지만, 항상 문제는, 과연 대중이 호응해주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방식이 옳더라도, 장기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또 너무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인터페이스에만 의존하는 것도 위험하다. 얼마 전 Lawlite의 댓글 알리미와 같은 경우도, 적어도 그런 컨텐츠가 개발되어 배포되면, 티스토리 쪽에서 보완하든지 아니면 공식적인 어떤 컨텐츠로 전환하여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냥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는가. 물론 내가 운영에 간섭할 권리가 있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건 절대 아니고, 당시의 느낌을 적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Tistory의 가능성을 믿는다. 누가 뭐라 하든 간에, 이 세계에 돌을 던질 자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거대 포탈의 블로그는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변색된 정보에 찌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티스토리는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의 공간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그들을 이어줄 멋진 징검다리가 되어줄 어쩌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대안이지 않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취지로 운영되든 우리는 이 한 줄의 문장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어떻게든,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편안함에 안주할 수도 있지만, 대신 도전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