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의 전쟁과 폭력 - 1 : 게임 일반 및 온라인

MuzeWeek/Entertainment 2007. 12. 4. 10:54


- 스크린 이면의 전쟁,
그 서사 속의 또 다른 전쟁.

“Do you think that we could play another game? ...
May be I could win this time ...
I kind of like the misery you put me through ...
I think that I could kill this time.”

- from the song [The Game] by Disturbed.


[STAGE 1. 사이버 세계 전반의 폭력적 실태]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바로 정보화와 네트워크화의 혁명이다. 아니 사실 그 혁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정보화 혁명과 함께 인터넷을 비롯한 가상현실의 세계(V.R.; Virtual Reality)가 생겨났고 현대인이라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상현실의 세계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가 막을 올리기 전부터 경고되어 왔던 가상세계의 폭력성은 실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가상세계가 어떤 것이든 말이다. 그것이 정부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이든, 단순한 채팅이든, 자기들만의 특수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는 네티즌들이 일명 ‘사이버테러’를 하고 다니는 곳이든,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 상이든 현실세계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넘는 폭력이 당연하다는 듯이 난무하고 있다.

        이름 모르고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게 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기본적인 에티켓(네티켓이라 부르기도 하는)의 선을 조금이라도 넘게 되면 이미 사태는 수습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토론 게시판에서 서로를 향한 욕설이 도배되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 싶은 사이트를 떼거리로 몰려가 다운시키는 행위가 惡卽斬[각주:1]의 원리라며 정당화되는가하면,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 타인의 사이버 머니 및 아이템을 훔치고 심지어는 빼앗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크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익명성'일 것이다. 현대 사회 전반의 도덕적 부재 역시 이러한 사이버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현실상의 폭력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결국 익명성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익명성에 대한 지적은 수도 없이 나온 것이었지만 실제 현실세계에서처럼 공개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익명성에 의한 폭력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Are you one of them?


[STAGE 2. 전쟁을 모티브로 한 게임들]

        로제 카이요와(Roger Caillois)는 그의 저서 Les Jeux et les Hommes(Man, Play, and Games)(1958)에서 '놀이'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그것은 각각 아곤(Agon), 알레아(Alea), 미미크리(Mimicry), 일링크스(Ilinx)이다.[각주:2] 1) Agon(그리스어로 시합 혹은 경기)은 경쟁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놀이의 원동력은 그 분야에 있어 자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2) Alea(라틴어로 요행, 우연)란 '운'(luck)을 의미한다. 플레이어의 의지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결정에 기초하는 형태이다. 3) Mimicry(영어로 흉내, 모방, 의태)는 크게 2가지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바로 '현실의 모방'과 '환상의 수용'이다. 바로 놀이란 현실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이고, 동시에 그 놀이를 하는 동안은 그 놀이 자체가 현실이라는 '환상'을 받아들이게끔 성립된다는 의미이다. 4) Ilinx(그리스어로 소용돌이)는 '현기증'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지각의 안정을 파괴하고 기분 좋은 패닉 상태를 일으키려는 시도로써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는 바로 롤러코스터이다.

        물론 게임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用 놀이로서 시작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떠올리는 게임들의 효시는 대부분 간단한 전쟁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인류의 삶에 있어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던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통해서 생존해야 했던 모든 이들에 있어 게임은 실전에 앞서 중요한 전략을 연구․개발하고 실습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놀이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이들은 흔히 카이요와의 분류법을 적용시키고는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앞으로의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이 분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Bloodbath

① 고전적 게임

        대표적인 고전적 전쟁 게임이라 한다면 역시 체스와 장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체스는 서양의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면 장기는 동양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체스를 간단하게 들여다보자. 여러 가지 룰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King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편의 King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편 King을 한수 앞에 두고 있으면 이를 Checkmate라 하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King이라면 플레이어가 직접 손으로 쓰러트리면서 게임은 종료된다. 결국은 죽으면 끝이라는 것. 그리고 죽이면 끝이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살기 위해 죽여야 한다는 것. 물론 이것이 완전한 전쟁의 양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단순하다. 아무리 고대의 전쟁이라 하더라도 협상과 전략적 제휴, 휴전 등은 존재했을 것이나 이를 모두 고려해서 게임에 반영하기엔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그러한 간단한 형태를 취했을 것이다. 카이요와의 분류법을 적용해보면, 체스나 장기 등은 Agon과 Mimicry가 혼합된 형태이다.

        고전적 게임의 이러한 간단한 게임의 법칙은 물론 현실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되려 현실세계에 원색적 모습으로 재적용 되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려서 누구든지 체스나 장기 안 둬본 사람 없고, 전쟁놀이 안하고 자란 사람 드물다는 것이다. 오버해석일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간단하지만 잔혹하고 냉철한 생존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 였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간단한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他집단과의 공생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르완다 내전이라든지 현재까지 이어져온 한국의 분단 상황이 그런 예이다. 다른 한쪽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쪽이 사라지리라는 암시가 깔려 있는 것이다.

Shoot some zombies.

② 오락실용 Console(콘솔)게임

        흔히 오락실이라 불리는 공간에는 비디오 게임(console게임)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 컴퓨터가 게임을 제외한 여러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을 한다면 이 장치들은 단순한 게임만을 위해 제조된 '게임기'이다. 컴퓨터와 PC방이 보급되기 이전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컴퓨터용 게임으로는 제작하기 힘든 건-슈팅(Gun shooting)게임이라든지 댄스, 래프팅 게임과 같은 활동적인 게임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슈팅 게임이나 아케이드식 게임들은 Agon과 Alea가 작용한다. 한편 댄싱, 레이싱, 혹은 래프팅 게임 등은 Agon은 물론 Mimicry와 Ilinx도 작용한다. (물론 현기증이라는 측면에서는 놀이공원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많은 것이 건-슈팅 종류의 게임들인데, 물론 각각에 전제되어 있는 상황들은 차이가 난다. 어떤 게임은 마피아의 음모를 파헤치는 비밀요원의 모험으로, 또 어떤 게임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좀비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하나씩 되찾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로, 또는 거대한 전쟁에 이등병으로 참가하는 이야기로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는데, 적이 먼저 나에게 상처를 입히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것, 그 적들이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죽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게임 오버라는 사실이다. 이는 아무래도 미국식의, 혹은 일본식의 전쟁관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옆에 서 있는 플레이어 이외의 모든 이는 적이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지가 아닌 모든 이를 멸해야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기가 무엇을 쏘는지, 정확하게 몇을 죽이고 몇을 파괴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점수를 더 많이 얻고 옆에 있는 사람보다 많이 죽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와 김리가 '누가 더 많이 죽이나'를 놓고 경쟁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또는 "스트레스 해소에 전자파 몇몇이 조작된 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거 아니냐."라는 것으로 정당화될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소총으로 쏘아죽인 프로그램 속의 병사들이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게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라 하더라도 무의식 속에 남게 되는 것 아닐까. 사실 오락실용 게임들이 짧은 순간에 강력한 효과를 주어야 인기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one-coin 엔딩을 보는 사람들은 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비쥬얼적 폭력성이 심한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컴퓨터와 비교해보았을 경우, 컴퓨터의 주변기기로는 커버하기 힘든 사실감을 충분히 소화해내기 때문에 더욱 주목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For Honor?

③ 컴퓨터 / 온라인 게임

        그리고 이제 거의 게임이라 하면 주류로 인정받는 컴퓨터(computer-based) 게임들을 살펴보자. 그 중 프로 리그까지 개최되며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다음 장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온라인 게임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온라인 게임과 폭력성이 겹치는 시점에서 한국 지성인들의 뇌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다. 리니지. 수많은 폭력성 논쟁 끝에 미성년자 이용금지 판정까지 받았다가 PK(Player Kill 혹은 PvP, Player versus Player: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살해하는 행위)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에 따라 각각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로 나뉘었다. 피를 흘리는 것이 잔인하다 하여 피를 모두 파란색으로 처리한 Starcraft의 Youth버전도 있고, 실제로 World of Warcraft에서는 피가 빨간색이 아닌 초록색이어서 무슨 고름이 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컴퓨터라는 매체의 특징을 생각해보자. 이젠 컴퓨터라 하면 단순히 기능이 많은 만능 기계 정도의 것이 아니다. Online이라 하는 새로운 세계와 개인을 연결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럼과 동시에 오프라인 세계와의 일시적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오묘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임계지역을 만들어낸다. 온라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온라인 게임은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아스가르드'(신의 세계라는 뜻의 바이킹족의 古語)라는 온라인 게임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미드가르드(인간의 세계)의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게임이 아닌 그냥 사이버 세계에서의 자아는 현실적 자아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면 온라인 게임 안에서의 자아는 100% 다를 수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고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은 Mimicry의 가장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다. Agon과 Alea도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여 남들보다 뛰어난 어떤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과 경쟁, 그리고 아이템 드롭율 및 상호작용 과정에 있어서의 우연성 등이 사실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재미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온라인 게임은 현실의 모방인 동시에, 유저들로 하여금 전혀 새로운 세계를 실재의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은 한결같이 캐릭터들이 정해져 있다. 전사(Warrior)와 궁수(Archer), 그리고 법사(Mage)정도의 틀을 크게 벗어나는 캐릭터는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뛰어난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실제 세계'와 비슷하다. 물론 여기서 실제 세계란 2006년 현재[각주:3]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사회에서 공존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대장장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들은 재료들을 수집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무기, 방패들을 제조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힐러(Healer)'라는 클래스의 캐릭터도 있다. 그에겐 아무런 무기나 공격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다친 이들을 치료해주고 그들의 전투를 도와주는(aid)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한국인에게는 인기를 끌 수 없는 클래스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모두 자신이 주인공이기를 바라고 직접 나서서 싸우고 남들과 경쟁하여 그들보다 우위에 있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Agon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한국 플레이어들의 특징이 폭력성을 더 조장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평화적인 캐릭터보다는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들의 감정을 방출할 탈출구만을 찾는다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공급자들은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는 존재들로서 플레이어들을 설정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게임이 성공하는 것이 온라인 세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자유도가 극히 낮다고 평가되는 국산 온라인 게임들에 대항하여 새로운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개념을 도입한 게임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정착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의 국산 대작 온라인 RPG들은 '이미 존재하는 온라인의 세계에 RPG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World of Warcraft 등의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RPG들은 '1인, 혹은 2인에 국한된 콘솔 RPG에 온라인의 세계를 창조해준 격'이다. 이 구분을 정확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 두 종류 게임에 나타난 '퀘스트'의 형태이다. 퀘스트(quest: 모험)란 말 그대로 어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에 따르는 과정을 모두 수행하고 완료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많은 온라인 게임의 장르를 단순한 ‘액션’이 아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싱글 플레이용 RPG게임들은 이 퀘스트의 연속이다. MMORPG는 그런 PC용, 혹은 콘솔용 RPG에 방대한 멀티플레이 속성을 부여한 것이고 따라서 게임의 진행이 거의 퀘스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Mimicry적 속성의 강화이다. 사실 삶은 따분하다. 물론 인생이 미치도록 바쁜 사람도 많지만, 따분한 삶에서 탈피해보려 게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온라인 RPG 게임이라는 것들의 작태가 며칠동안 같은 몬스터만 때려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아진 캐릭터의 위상을 위해 달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현실보다 더 따분한 게임을 하고 앉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어왔다. 따라서 사람들이 삶을 살아나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모험을 겪듯이 온라인 상의 캐릭터도 경험을 쌓고 모험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조금이나마 더 현재 자신의 삶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그 세계로의 동질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MMORPG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과 '전쟁'에 대한 패널티다. 온라인에 RPG가 부여된 기존 게임들에서는 죽음의 대가는 굉장하다. 물론 죽임(PK)에 대한 대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공동체, 사회'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죽을 시 경험치를 잃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아이템, 머니 역시 잃게 된다. 그리고 다른 유저를 PK했을 경우도 다분 게임체계에서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MMORPG의 관점으로 봤을 경우 굉장히 불합리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게임하다 죽는 게임들에서는, 세이브 지점으로 자동 귀환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패널티가 있다면 단순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World of Warcraft를 보면 확연히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유저들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으로 나뉘는데, 게임의 궁극적 목표가 어느 한 진영의 승리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PK와 결투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죽음으로 인해 받는 패널티는 사실상 '0'에 가깝다.

        MMORPG가 Agon만을 추구하는 한국 온라인 게임계의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평화적인 캐릭터보다는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들의 감정을 방출할 탈출구만을 찾는 것이 현실인 한 분명 한계가 있다. 죽음(혹은 죽임)에 대한 패널티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사이버의 세계에서 전쟁이 차지하는 의미가 변해간다는 것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공급자들은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MMORPG 게임들이 기존의 게임들을 누르고 엄청난 수의 유저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보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 2편에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한 논의와 결론도출이 이어집니다.

게임 속의 전쟁과 폭력 - 2 : 전략 시뮬레이션 보러가기

  1. 노부히로 와츠키 작 「流浪に劍心」의 등장인물 사이토 하지메의 말 [본문으로]
  2. Only a Game 블로그의 Roger Caillois' Patterns of Play 및 그 하부 포스트 참조. [본문으로]
  3. 본 포스트는 2006년 6월에 작성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