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Guts, No Glory.

MuzeWeek/Politics & Social 2008. 5. 15. 17:22

이 글은 앞의 "We Chinese?" 포스팅보다 좀 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 뜬금없지만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있기에 옮겨보겠다. 다음은 현재 방영중인 TV시리즈 The Big Bang Theory 시즌1 에피소드 15의 인트로 부분에 등장하는 대화이다.

Leonard : ...on the other hand, some physicists are concerned that if this supercollider actually works, it'll create a black hole and swallow up the earth, ending life as we know it.
Raj : What a bunch of crybabies. No guts, no glory, man.

레너드 : 한편 몇몇 물리학자들은 이 초대형 입자가속기가 실제로 작동하게 되면, 아마 블랙홀이 형성돼 지구를 삼키고 우리 인생도 종치게 될거라고 하는거지.
라지 : 후 겁쟁이 자식들! 배짱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네 친구.

물론 이건 만담이지만,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도 잘 해주었는지! 참고로 이 포스팅은 예고한 바와 같이 최근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광우병 / 10대 2.0세대 촛불시위 / 20대까등의 이슈에 대한 글이다.

1. 광우병 (BSE, or mad-cow disease)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괴담'이라는게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긴 마련인데, 특히 광우병에는 잘 먹혀들어간 것도 그런 내재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들 나름대로 광우병에 대한 알려진 상식들에 대해서도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고 하니, 나는 짧게 위의 인용구를 다시 한번 적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No guts, no glory, man."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간에, 미국산 소를 먹지 않는 미국내 한국인종이 얼마나 되겠는가.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는 것 자체는, 솔직히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것이 제대로 '프로세싱'만 된다면. 이 이슈의 쟁점은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여부가 절대 아니다. 얼마나 검역이 철저한가, 혹은 그 주역이 누구인가에 놓여있어야 한다. 그게 다 귀찮다, 그냥 비싼 소고기 금발라서 먹으련다 하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할 생각 없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재협상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지난 탈레반 피랍자 석방 협상 이후로 한국 정부의 협상능력을 철저히 불신하게 됐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고, 일단은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너무 안이하다고? No guts, no glory. => 한줄 요약 : 먹고 죽자.

2. 10대 청소년들(이른바 2.0세대)의 촛불시위 / 20대까

Muzeholic은 현재 한국 나이로 23세다. 내가 대학교 입학이 2003년도, 한국 나이 17세의 일이니 이미 5년이 지난 셈이다. 한마디로 나는 이미 10대에 대학생 노릇을 하고 다녔고, 이른바 지금 '새로운 신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삶을 5년 전에 살아보았다. (...물론 나이가 10대긴 했지만 머리야...후략) 일단 좋다. 사회참여적인 teen이란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열성적이지는 않았지만,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시위부터 시작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까지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10대들의 시위참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성 세대들의 편견에 사로잡힌 사고방식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비록 성인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골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야 하는 (혹은 피씨방에서라든가) 이른바 학생의 본분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 스스로가 내릴 결정이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미래가 무슨 소용인가. 거기다 나 역시 어릴적부터 컴퓨터를 접해왔지만, 그래도 2000년 이후나 되서야 진정한 한국의 사이버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지금의 10대들은 그런 혜택은 충분히 누리고 자라지 않았나. 그들의 소통(communication)능력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너무도 간편하고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다 좋다. 2.0세대란 말도 솔직히 억지스럽긴 하지만 굳이 태클은 걸지 않겠다. 단, 하나의 거대한 전제가 빠져 있다. 21세기 현대인의 소양이란 그들이 얼만큼을 '알고 있는가'도 아니고, '어떤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한때 정보화 시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지식인들은 '정보수집능력'을 최고로 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는데, 적어도 그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식과 정보수집능력, 혹은 커뮤니케이션 능력보다는, 정보판단능력이 최우선이다. 한 마디로, '누가 개소리를 하는지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정보판단능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게 꾸준히 물을 먹어본 경험, 혹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등등이 없으면 방에 들어앉아 공부만 하고 앉아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먹어갈 수록 이 능력은 갈고 다듬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비례하는 것 만은 아니다.

성난 대중(angry mob)이 무엇때문에 화가 나 있는지 판단하고, 그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은 누군가 헛소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판단할 수 있는 인지력. 당연히 중장년층이나 2~30대에도 부족한 이들이 많다. 그들은 노력을 부족히 했거나, 아니면 삶에 치여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경우들이다. 그렇다면 이 이른바 2.0세대들에게는 이 정보판단능력의 개념이 출중하게 박혀있는가? ...글쎄. 적어도 현재의 중고등학교 교육환경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대학교육이 이런 인지력에 있어 꽤 비중있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 이전에 입시경쟁에만 치여 있는 10대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이런 능력이 불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비율을 따져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훌륭한 10대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촛불시위 하는 행위 자체를 나무라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참여 기회를 얻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는 판단 능력도 갈고 닦으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20대는 질려버렸으면 모를까, 포기한 건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