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고시 발표 :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MuzeWeek/Politics & Social
2008. 5. 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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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 : No Guts, No Glory. (2008-05-15일자)
관련 포스트로 걸어둔 이번달 15일자에 작성한 글에서 Muzeholic은 정보판단능력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물론 광우병 논란에 대한 개인적 견해도 살짝 비추긴 했지만.) 그에 따라 이번 美쇠고기 고시를 계기로 왜 시민들이 급격히 분노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여기에 와 있다.
1. 다시 광우병 (BSE, or mad-cow disease)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다시 밝히겠는데, Muzeholic은 미국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월령 제한을 굳이 정부적 차원에서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광우병 걸리긴 싫으니 정부차원에서 '막아달라'는 요구인데, 물론 막아서 나쁠건 없지만 반대로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우리가 광우병 쇠고기를 먹게 될 확률이 독이 덜 제거된 복어(...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엄연한 사실이다. 일본에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의 데이터를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만 복어독으로 인해 죽는 인구가 연평균 0~6명이었다고 한다. 광우병은 1억분의 3의 확률로 현재 보고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100% 발병한다고 가정하면 그것이 통계적 수치가 된다.)를 먹게 될 확률보다 더 크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지적에 따라 문장을 수정함.) 생명권을 위협한다고? 다시 생각해보자. 따지고 보면 먹고 안 죽을 음식 있나? 불안해서 밥은 어찌 먹나? 어느 실력없는 요리사가 처리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는거고, 중국 등지와 같은 극악의 위생환경에서 처리되거나 이물질이 섞인 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거고, 아니면 단순히 재수없이 균에 감염되서 죽을 수도 있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먹고 사냔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내가 하는 거랑, 정부의 입장에서 하는거랑은 전혀 상황이 틀리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수많은 식품처리업자들의 양심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들중 누군가가 작정을 하고 죽을 위험이 있는 음식을 우리 식탁에 올리고자 한다면, 정부의 규제만으로 그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가? 결국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는 필자가 안이하고 순진하다고 생각된다면, 정부의 검역 및 규제라는 눈가림을 믿는 것 또한 더 나을 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처럼 생각하는 이들은 극히 드문 것 같다. 아니 생각보다는 더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분위기가 험악하고, 정부의 작태가 어이가 없어 나서질 않는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쇠고기 수입에 대한 이러한 개인적 견해와는 별개로 美쇠고기 수입 고시로 촉발된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들여다보면, 사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적어도 Muzeholic이 원천봉쇄에 대한 요구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육류 수입업체 "곧바로 美쇠고기 검역신청" ..9일께 시판 가능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는 자진해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부산물이나 뼈는 수입하지 않는 등 미 쇠고기에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면 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결국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돌리려면 결국 업계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논란이 되는 부위 등은 수입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 해당 기사에서 추출.
2. 왜 시민들은 분노하는가?
사실 그들은 실제로 쇠고기 수입에 대해 화가 나 있는 것이 아니다. 왜 美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가 자꾸 정부 및 대통령 규탄 집회가 되어가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란 말이다. 그건 배후세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누군가가 교묘하게 선동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일정부분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에 동조할만큼 시민들은 분노해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자체에 화가 나 있는 것이다. 물론 감정이 이렇게 고조된 데에는 연일 치솟는 물가와 유가, 그로 인한 좌절감과 무기력함이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소위 '경제만 살리면 됐지'라며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실제로 그 단 한줄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연일 삽질을 해대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자꾸만 불만이 쌓여가는데, 눈치없는 정부는 장관 고시를 강행해버리니 열이 안 받을 수가 있나. 그래서 많은 촛불 시위 참여자들의 주장은 이제 '미친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민심을 무시한 괘씸죄'에 관한 것이 되었다. 거기에 '불법시위 강경대응'이라는 취지하에 촛불시위자들을 연행하고 있으니 민심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2MB 정부는 절대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충분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당장 장관 고시 일정만 하더라도, 적어도 이명박이 한국에 있는 시기로 했어야 한다. 중국 가서 빌빌대고 있는 동안 달랑 고시만 해버리니 시민들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되겠는가. 또한 이런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려면 적어도 당근을 던져주고 시작해야 할 것 아닌가. 당장 폭등하는 유가만 해도, 정부가 기름값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유류세를 줄여줄 수는 있는 부분 아닌가. 불법 시위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Muzeholic 역시 불법시위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렇게는 아니다. 그들은 법에서 규정한 합법적 시위의 틀을 깼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비폭력적인 방법론을 동반하는 한은, 그리고 다수가 그 의견을 공유하는 한은 시민 불복종으로써 인정되어야 한다. 물론 경찰에서도 난감할 것이다. 시위대와의 대치는 심리싸움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어찌되었든 '약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과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민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민으로 대체한다.) chicken game을 하려한다는 글을 작성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이제 '게임'을 하기엔 플레이어들이 너무 분노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눈치없이 2절 부르고 있는 2MB 행정부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필자는 분명 경고했었다. "이명박은 제2의 탁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어제 언론들은 한결같이 'CEO적 리더쉽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은 것이, 당신들은 태국의 사례를 분명 기억할텐데 2MB 정치철학이 이런식으로 흘러갈지 정말 모르고 있었냐는 것이다. 한국식 대기업의 총수 역할을 하듯 한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 국가가 독재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회장에게 대든다고 총칼에 찔려죽는 회사원은 없겠지. 그냥 다음날 책상이 없어질 뿐이다. 이른바 CEO 대통령들은 시민들을 자신의 '회사'에 종속시켜 효율 및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 도구가 총칼에서 돈과 계략으로 바뀌었을 뿐 군사독재정권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미 CEO 대통령은 그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명박은 추가로 안습인 것이, 그런 유사한 위치에 있었던 다른 대통령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민함'조차 없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한 최악의 전략가인 셈이다. 그러니 당장 취임한지 몇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시민들이 열이 안 받겠는가.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고를 치는 것은 실수지만,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는 것은 실력이다.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2MB 정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다.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그것이 고의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용서는 더욱 힘들어지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대로 수습만 할 수 있다면. 이건 clean up your own mess(니가 어질러놓은 건 니가 치워라)라는 뜻도 있지만, 한 마디로 위기대처능력을 보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번 국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5년간 한국의 미래는 없다. 바닥을 쳐서 더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항상 더 아래로 떨어질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 시민들은 이제 분노를 가라앉히고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을 심판해야 한다. 그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는, 전적으로 그에 달려 있으니까.
분노한 시민들 (뿔났다는 표현은 정말 질색이다.)
2008.06.01일자 Post Script:
경찰의 강경진압이 도를 넘고 있다. 정녕 2MB는 막장특급을 타버리려는 것인가.
관련 기사 1 : "뇌출혈에 고막터져" ...진압 과정서 10명 넘게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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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3 : 경찰 여성 시위자 전투화로 밟아 파문 확산
2008.06.02일자 Post Script:
1) 도대체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라는 곳은 삽질을 어떤 기준을 삼아 하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전 정권 시절의 탈레반 피랍 사건 때부터 시작해서 현 정국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사 : 외교부가 '쇠고기 협상 주도' ...청문회 위증 논란
...나 그냥 외시 때려칠까.
2) 5월 30일 새벽 방영된 MBC 100분 토론 시청자 전화연결에서 프랑스 교민들의 촛불시위 이야기가 잠깐 언급이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행동에 옮긴 모양이다.
관련 기사 : 파리서 촛불시위.."쇠고기 수입 반대"
역시 표면적 이슈에서는 나와 뜻을 달리하지만 그 진정성만은 의심하지 않으리라.
3) 정부에서 결국 美쇠고기 고시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본인은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는데, (딱히 좋지도, 찬성 입장이라고 우울하지도 않다. 시민들의 반발이 이렇게 심한 상황에서 어차피 정부에게 남겨져 있는 옵션은 이것 하나였으니까.)
관련 기사 : 정부, 美쇠고기 고시 전격 유보
재협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은 정부가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듯 하여 작은 안도감을 느낀다.
2008.06.04일자 Post Script:
업체들 스스로가 자율결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것이 앞에서도 필자가 계속 역설한 보이지 않는 손의 증거다. 물론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진 입장에서보면 현재 한국 정부가 요청한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가 받아들여진다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안전하지도 않겠지만) 일단락 지어지는 것이지만 일단 실제로 미국에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고,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재협상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니 (...후 그러니 첫 단추를 잘 끼웠어야 한다는 말 밖에는;;) 답답할 다름이다. 또한 이미 예전 조건으로 고시를 해버린 후라 비록 철회했다고는 하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제 '재협상'이라는 결과 이외에는 만족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애시당초에 이런 진퇴양란의 함정에 친절히 알아서 걸어들어간 2MB의 업보라고 밖에는.
관련 기사 1 : '30개월 이상 소, 수출금지' 美에 요청
관련 기사 2 : 美백악관 '우려'에서 '이해'로 입장바꿔
관련 기사 3 : 수입업체 자율결의 "30개월 이상은 수입하지 않겠다"
여튼 참 2MB는 요즘 똥줄타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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