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ma Mia! (2008) : How Could I Resist Ya.

MuzeWeek/Culture 2008. 9. 8. 16:04

밝혀두자면, Muzeholic은 뮤지컬 영화를 꽤 즐기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당장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자면 The Sound of Music (1965), The Phantom of the Opera (2004), Rent (2005), Sweeney Todd (2007), Hairspray (2007) 등등등.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워낙에 좋아하기에 그를 영화로 이식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고 말이다. (물론 원작 뮤지컬을 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뮤지컬 영화들의 장점이라면, 비싼 좌석을 예약하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그리고 특히 오리지날 캐스팅이 아닌 여타 듣보잡(..뮤지컬 관계자 여러분들 죄송합니다만) 배우들로 이루어진 뮤지컬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작품의 에센스만을 추출해 스크린에 담아준다는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물론 영화 자체가 저렴한 경우..는 좀 안타깝지만.) 그에 더불어 오리지날 캐스팅이 아니더라도 유명 영화배우들이 연기하는 뮤지컬의 배역이 어떨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Mamma Mia! (2008)

아무리 그래도 본인은 일단 성인 남자다. 어렸을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적당히 나이를 먹고나니 '춤추고 노래하는' 행위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것도 70년대의 아이콘이었던 ABBA의 스타일이라면 말이지. 오해는 하지 말자. 나도 ABBA의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심지어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도 들려주면 하나쯤은 알고 있을 법 하니까. 그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내 판단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나 대단하기에 Mamma Mia!라는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춤추고 노래하는 것 까진 좋다. 하지만 이 작품 이렇게 대놓고 여성적 취향일지는 몰랐다. 심지어는 극 중에 등장하는 '이성애자'이어야 할 남자들조차도 게이처럼 연출을 해놓았으니...뭐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원래 맘마미아!라는 뮤지컬이 여성 취향, 혹은 게이 남성 취향으로 유명한 작품이긴 한데, 영화도 아주 작정을 하고 달린 것 같다. (밝히지만 난 호모포비아가 아니다. 진심으로. 하지만 민망한걸 어떻게 하니.[각주:1]) 사실 이 작품은 그런 점 때문에 민망하다기보다는, 유치하다고 해야 하나..복고풍이어서 촌스럽다고 해야 하나. 1999년에 초연한 작품치고는 너무나도 21세기의 감성과 멀어보인다. 아마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을 보여주니까. (다만 Saturday Night Fever 같은 경우도 비슷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과 확실히 느낌이 다른 것은 역시 남성과 여성,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의 차이일까?)

콩가 콩가 콩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즉, 민망함을 참아내고) 순수하게 열린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면 Mamma Mia! (2008)는 꽤 멋진 작품이다. 극의 구조부터 꽤 고전적인 그리스 희극(Greek Comedy)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몇가지 예시를 들자면 캐릭터들의 심경 변화에 따라 그가 입은 의상이 달라진다든가, 뒤에서 일하던 엑스트라들(소위 일반 '대중'을 대표하는 이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코러스를 넣는다든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실 뮤지컬 정도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21세기의 영화관 스크린으로 관람하기엔 좀 민망한 장면들도 있긴 한데, 원래 그런게 뮤지컬 영화의 묘미니 이해해야 한다. 애시당초에 극 중 배경이 '그리스'이기 때문에 일상의 현실과 이질적인 장면들이 꽤 무난하게 소화되는 감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이 Greek Comedy식의 구조는 극의 테마와 잘 어울려 멋진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저렇게 안겨 있으니 뭐;;

이 작품은 일종의 여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다. 배경부터가 이미 '결혼식'이니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는데, 하여간 이 작품에는 2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Sophie Sheridan (Amanda Seyfried 분)과 그녀의 어머니 Donna Sheridan (Meryl Streep 분)이 그들이다. 딸이 20세가 되어 결혼식을 앞둔 날까지 쭉 홀로 키워온 한 여자와, 그런 어머니를 둔 또 한 여자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거울 수도 있는 이 캐릭터들을 상쾌발랄하게 살려낸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그들은 이제껏 서로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해왔다. 가족이라면 당연하다고? 글쎄...쌍팔년도엔 가능했을지 몰라도 요즘에는 힘든 이야기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본의아니게 서로를 속박하고 있던 그들에게 이 결혼식은 일종의 전환점으로 다가왔고, 여러 소동(?)을 겪고 나니 다 잘 해결이 되었다..는 스토리다. (그들의 판타지가 어떻게 실현이 되는가는 여기서 내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발랄하다. 유일하게 거기에 무게를 더해주는 것은, 삽입된 ABBA의 곡들 중 감성적인 발라드 풍의 노래들이랄까. 특히 메릴 스트립의 The Winner Takes It All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다. 얼마 전, 디스커버리 채널인가에서 ABBA : The Mamma Mia! Story라는 제목으로 이 영화의 메이킹필름 비슷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니, 메릴 스트립이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 한번 안 틀리고 열창을 해서 샷 한번에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관객이 듣게 되는 노래는 스튜디오에서 따로 녹음한 놈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웬만한 어줍잖은 맘마미아! 뮤지컬보다는 훨씬 훌륭한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태생적 결함(?)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완성도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극의 배경부터 동지중해의 섬이니 뮤지컬보다 영화가 훨씬 유리하고 말이다. 성인 남성이 이 영화를 보게 될 확률은 아마도 90% 이상 연인과 함께일 때일 것이다. 본인처럼 갓 신병 휴가 나온 친구놈이랑 보러가는 불상사는 드물겠지. (원래는 Earth (2007) 보려고 갔는데 왜..=ㅅ=;;) 하지만 역시 ABBA의 노래들은 지나치게 말랑말랑해서 막 거북하면서도, 결국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뽑아내는 멜로디는 정말 모든 장르를 뛰어넘어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컨셉을 조금 다르게 잡았다면, 혹은 상업성을 조금 지우고 진지하게 연출했다면(?) 성인 남성들에게도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무리하다가 어설픈 작품이 되느니 차라리 이대로가 나을지도 모른다. 여성 관객들에게는 감정이입과 카타르시스의 기회를, 그리고 남성 관객들에게는 역지사지의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평생 자기 인생을 싫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번쯤은 이렇게 미친듯이 놀아보기도 해야지.

The gods may throw a dice, their minds as cold as ice
And someone way down here loses someone dear..
신들은 주사위를 던질 수 있겠죠. 냉정하게, 아무 느낌 없이
그리고 여기 아래에 있는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는거예요..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Super trouper beams are gonna blind me..

  1. 사실 Muzeholic은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의식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왔고, 여성 취향의 작품들도 많이 즐기긴 하지만..Sex and the City 등과 같은 작품들을 볼 때는 확실히 공감의 한계를 느낀다. 어쩔 수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