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문답 : "Hellgate : London"

MuzeWeek/Entertainment 2008. 1. 24. 22:47

처음으로 '블로고스피어의 바톤 토스'라는 것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몇달 째 업무와 드라마(?)에 치이며 거의 포스팅할 시간이 없었던 제 손을 강요 당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주제는, 얼마 전 OBT(Open Beta Test)에 돌입한 게임 Hellgate : London이 되겠군요. 사실 지정된 질문들이라는 걸 보아하니 뭔가 좀 어긋난다는 생각도 들지만(=ㅅ=) 누군가 이야기 했듯이,

"난 내 부분만 하면 되는거야."


■ 바톤을 받는 5명, 절대로 5명! (지정과 함께) 

방식은 질문들에 포함된 "주제"를 자신에게 지정된 것으로 바꿔서 그대로 작성해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바톤 토스 타겟 5명도 새로 지정해주셔야겠죠? 아래의 다섯 분은 각 주제에 대해 지정문답 포스팅을 하시고 이 글 맨 아래의 트랙백 주소(네이버의 경우는 엮은글)로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분량은 전혀 상관 없습니다. ^^;;)

1. Lawlite의 주제 : Luftwaffe
2. 케이미의 주제 : Green Day
3. 카앤의 주제 : The Living End
4. esstory의 주제 : 여행
5. GoldSoul의 주제 : Jonathan Larson

공평하게 티스토리에서 2명, 네이버에서 2명 + 떨거지 로라이트 1명 이렇게 선정하였습니다. 매너는 안드로메다에 팔아드신 rein 아저씨가 지정문답(boost library)에서 "Muzeholic : 헬게이트 - 런던"이라는 바톤을 넘겨주었으니, 세상에 악을 골고루 배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답변을 해보도록 하죠.

Stairway to Heaven...은 훼이크고 Gateway to Hell인가!


■ 최근 생각하는 "Hellgate : London"

사실, 몇달 전 아주 잠깐 헬게이트라는 게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넘어간 기억이 나는군요. 그러다 1월 15일 시작한 오픈베타와 그 엄청난 양의 온라인 광고(=ㅅ=) 덕분에 이리저리 살펴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생각하는'이라고 물어봤자 예전 기억은 없으니 뭐;; 아무튼 본 포스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간략한 소개부터 시작하자면, Warcraft 시리즈와 Diablo 시리즈의 개발에 참여하고 Starcraft 개발팀의 고문 쯤으로 있던 전설적인 Bill Roper(빌로퍼)라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사실상 Blizzard사의 전설은 이 아저씨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World of Warcraft가 발매되기 전, 아니 와우는 커녕 Warcraft 3가 발매되기도 전에 회사를 때려치고 나가서 Flagship Studios를 세우고, 수년간의 디아블로 후속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헬게이트 : 런던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터페이스에서부터 세계관 등등 모두 디아블로의 그것을 차용하거나 20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게 미래화시켰다고 생각하면 가장 쉬울 것 같군요. (ACT로 구분되는 스토리라인에서부터 노멀, 엘리트, 하드코어 모드 등의 난이도 제공 등이 특징적이겠군요.)

일단 첫 느낌은, '고사양'입니다. 현재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2002년 말 당시에는 멋진 성능을 자랑했었지만, 지금은 잘 돌아가는 게임이 없습니다. 와우 정도가 한계였달까요. 그런데 이런 매너없는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앞에 두니 미치겠더랍니다. 참고삼아 제 컴퓨터의 VGA, 메모리 용량, CPU의 스펙을 언급하자면 각각 GeForce 4200 Ti, 듀얼 1G RAM, P4 2.4G가 되겠습니다. ...헬게이트 공식 사이트에 적혀있는 최소사양의 라인을 간당간당하게 넘는 수준이군요. 거의 제대로 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잘 돌아갑니다. (물론 옵션은 전부 미니멈으로;; 다만 현재 플레이 중인 클래스가 Hunter Marksman이기 때문에 최대 시야 거리는 Max로 잡을 수 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하드고어'라는 생각이군요. 물론 디아블로 자체가 호러 게임으로 분류되었고, 그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그 기대감과 제목(=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께도 이런 호러성은 다양한 유저를 끌어당길 흡인력이 여타 online-based RPG들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겠죠. 참고로 얼마 전부터 42인치 LCD TV를 모니터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사양 덕에 가장 낮은 퀄리티로 렌더링되는 몬스터들이라지만 깜짝 깜짝 놀라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첫날은 한 두시간 게임 하고 나니, 막 피곤하더군요 =ㅅ=;; 참 호러성이란,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습니다.


■ "Hellgate : London"에 감동

헬게이트 : 런던은 굉장히 디아블로 시리즈를 닮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Diablo보다 Warcraft 세계관의 팬입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자면, 이 게임에 '감동'을 느끼기에는 번지수가 조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기존의 디아블로 시리즈보다 클래스 구성이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헬게이트 : 런던에는 현재 총 3가지 팩션과 그 팩션 하위에 각각 2가지 클래스가 있습니다. (전체 6클래스라는 이야기.) 이 6 클래스는 전부 디아블로 전작의 직업군과 흡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템플러(Templar) 팩션 아래의 검기사(Blademaster)와 수호기사(Guardian)은 각각 바바리안과 팔라딘에 대응되고, 카발리스트(Cabalist) 팩션 하위의 암흑술사(Evoker)와 악마술사(Summoner)는 각각 소서리스와 네크로맨서에, 그리고 헌터(Hunter) 팩션에 속하는 전투요원(Marksman)과 기술요원(Engineer)은 각각 아마존과 드루이드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여지는군요.

문제는 Marksman(≒아마존)인데 디아블로 역시 액션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D에 기반한 상당히 조잡한 방향성(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봤을 때;;)으로 진행해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볼 때, 둘은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합니다. 레인지 클래스(소위 원거리) 들에게 타게팅(Targeting)의 문제란 엄청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처음 WoW를 플레이했을 때의 그 허탈감은 아직도 잊기가 힘들군요. (모든 원거리 무기는 다 유도탄인 셈이니 이건 뭐..) 그런 점에서 헬게이트 : 런던의 타게팅은 훌륭합니다. FPS와 흡사한 수준이니까요. 물론 아무리 액션성이 훌륭해도 일단은 RPG의 기본틀은 벗을 수 없기에 사거리 제한을 두는 것은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의 선구자격인 '프리스트 온라인'에서 구현한 고감도의 액션성과 컨트롤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리스트 온라인은 디아블로 인터페이스를 3D에서 모방했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표절이 많았습니다만.)

한마디로, "이런 시스템으로 WoW가 만들어졌다면 그저 감사였겠지만, 헬게이트 : 런던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럽다"정도 겠군요.


■ 직감적 "Hellgate : London"

...헬멧 좀 어떻게;;

...이건 도대체 질문 해석이 안 되는군요. 그래서 한번 질문을 관련 주제에 맞게 변형시키면, "헬게이트 : 런던은 히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직 이 질문을 다루기에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대충 제 직감(상당히 major stream이라는 것과는 동 떨어져 있다는 걸 감안해야;;)을 근거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합시다.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인 것 같군요. "역시 빌로퍼"라는 평가보다는 "빌로퍼 겨우 이거 만들려고 뛰쳐나갔냐"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소위 '디아빠'(디아블로 빠)가 아닌 저로서는 굳이 WoW에의 불만을 삭히던 그런 포용력을 보여줄 필요도 없지만, 평가절하만은 하지 않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들은 며칠 전 공개된 ACT4에서 놀고 있는 중에 전 아직도 Normal 모드 솔로 플레이로 ACT3을 진행하고 있기에 많은 것을 논할 입장은 아니지만 분명 한계점들이 보입니다.

단조로운 몬스터 및 맵 구성, 필드 개념을 삭제해버린 '인스턴스 던전'형식의 사냥터, 너무나도 높은 아이템에의 의존도 등은 그다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더군다나 엄연히 '서사'를 지닌 RPG를 표방하기에 ACT란 개념을 사용하듯이, 스토리 또한 상당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디아블로도 그랬지만 헬게이트 : 런던 역시 소위 '메인 이벤트'라 부르는 기본 스토리 이외에는 전혀 서사성이 없는 직선적 구조에 갇혀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 굵직한 메인 서사의 매력이 이 세계관의 특징인 것은 사실이지만, 엄격히 말해서 그것은 훌륭한 패키지 게임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장수할 만한 온라인 게임에는 적절하지 못하겠죠.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WoW의 경우는, 물론 스토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공간'이라는 것이 먼저 오고 그 후에 스토리가 따라오는 형식이기에 수도 없이 많은 하위 서사를 생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중요하지만, 사소한 것들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전부 모여, '세계관'이라는 나무를 풍성하게 하는 잎사귀들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ACT방식의 서사는, 다음 ACT가 나오지 않으면 거기서 멈춰버리거나 리플레이가 되어버리죠. 서사의 퀄리티는 디아블로나 헬게이트 : 런던의 것이 훨씬 훌륭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일단 막을 내리면 기껏해야 크레딧이 다 올라올 때까지나 자리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소위 '스탯'(stats)이라 부르는 능력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헬게이트 : 런던의 캐릭터는 총 4가지 능력치를 지닙니다. 체력, 의지력은 전통적인 방식의 HP와 MP(MP 회복율도 포함)에 영향을 주고, 힘이라는 스탯 역시 근접 공격력 증가라는 전형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정확도'라는 이상야릇한 스탯이 나왔다는 것이죠. 이는 얼핏봐서는 '민첩성'과 유사해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대표적으로 WoW의 경우) 민첩성은 원거리 클래스의 공격력과 CHR(Critical Hit Rate : 크리율)을 관할하는 능력치이지만, 정확도는 조준점의 궤적과 CHD(Critical Hit Damage : 크리 데미지)에만 영향을 줄 뿐 공격력 자체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근거리 클래스는 힘 스탯에 투자함으로써 공격력 향상을 꾀할 수 있지만, 원거리 클래스들은 무기 자체의 데미지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좋은 아이템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더군다나 WoW에 일반화 되어 있는 '귀속'이라는 시스템 역시 없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팔리는 아이템들이 벌써부터 존재합니다.

아이템 = 돈이 되는 순간부터, 그 게임은 이미 속은 비어버린 공허한 것이 됩니다. 작업을 위한 게임이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과연 얼마의 유저들을 모을 수 있을까요. 빠른 시일 내에 무너지진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겠죠. 헬게이트 : 런던은, 어떤 점에서 미루어보아도 온라인을 주로 운영하기엔 문제가 많아요. 정말 멋진 패키지 게임에서 그쳤다면 오히려 디아블로의 아성을 넘어섰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온라인 컨텐츠로서의 그 성공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빠른 시일 내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고,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업데이트가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지겠죠. 빌로퍼 아저씨, 화이팅!


■ 좋아하는 "Hellgate : London"

쌍권총에 학사경고 크리...는 역시 훼이크고;;

...이것도 살짝 질문 형태가 이상하니, "헬게이트 : 런던에서 마음에 드는 점" 정도로 바꿔서 이야기해보죠. (실제로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중국집 음식"이라고 물으면, 짜장면이니 짬뽕이니 등등 지정 주제를 카테고리로 하는 더 구체적인 종류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 같군요.)

헬게이트 : 런던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교해보면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액션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헬게이트에 한표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은 수준의 액션성을 온라인 RPG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제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지극히 국한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WoW의 특이한 타게팅 시스템(생각해보면 WoW의 전투방식은 RPG라기보다 전략 시뮬레이션에 적합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군요)에서나 가능하던 백샷, 반각샷 등의 정말 현실성 없는=ㅅ= 전투양상에 지쳐있던 레인지 클래스들에게 헬게이트 : 런던은 구세주와도 같은 게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 이외에도 사거리 제한을 통한 여러 종류의 스킬 및 전술의 구현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또 아주 개인적인 것이지만 말해보자면, 원거리 무기 역시 '한손'과 '양손'으로 구분하여 소위 "쌍권총"의 로망을 달성하게 해주었다는 사실 역시 브라보라고 할 수 있겠죠. (....)


■ 세계에 "Hellgate : London"가 없다면?

...헬게이트 : 런던이 없어도 세상이 멸망하진 않을겁니다. -┏. 빌로퍼 아저씨는 울겠죠. 나도 잠깐은 같이 울어 줄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The Red Jumpsuit Apparatus의 Atrophy를 들으며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굉장히 어울립니다. 가사도 그렇고 ( --)


역시 인생이란 =ㅅ=...좀 짱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