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ffin Tunebuds for iPod nano.

Matrix Ltd. 2008. 1. 6. 23:41

2005년 말 쯤 애플 iPod nano 1세대를 산 기억이 난다. 출시된지 그래도 몇 개월 지나서인지 2G짜리가 당시 파격적인 가격인 20만원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몇 만원 더 주면 4G짜리도 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후회가 없는 않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3세대 나노 8G짜리가 16만원밖에 안 한다는 사실에 조금 울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iPhone을 기약하며 난 아직도 내 1세대 나노를 애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덜컥 기본 패키지만 사놓고 보니, 뭔가 케이스도 아쉽고 이어폰도 아쉬웠는데, 그러던 중 Lanyard 이어폰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려 목걸이형!! 이어폰이라는 것.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노는 일반 클래식 시리즈보다는 작지만 그렇다고 악세사리 취급할 정도로 작진 않다. 그러므로 바지 주머니나 윗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 보다는, 줄도 짧고 훨씬 편한 목걸이형 이어폰의 필요성이 절실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정가 37,000원. 아니 무슨 빌어먹을 번들 이어폰이 4만원이나 하는지. 그래도 그 당시에는 Griffin 제품이 있는지 몰랐는지, (솔직히 알았어도 안 샀겠지만)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기본 정품 랜야드 이어폰을 샀다. (더불어 현재까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메탈 케이스도 함께. 후에 나온 메탈 케이스들보다는 조금 멋이 없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보호력과 시각성 만큼은 최강이다.)

Griffin사의 In-ear Lanyard 이어폰

지금 애플 스토어에 가보니, 후에 In-ear 이어폰으로 구성한 Lanyard 제품과, 2세대용, 그리고 최근에 새로 또 뭔가 나왔던데 정확히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는 놈, 이렇게 3가지 종류가 더 있던 것 같다. (아마 2세대는 연결 포트 사이즈가 좀 다른 모양이다. 크기가 확실히 1세대 보다 작은 듯 하니까.) 한가지 확실한건, 가격이 저....언혀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세대용 Lanyard가 그나마 제일 싸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아직도 그 돈 받고 팔아먹는 애플 스토어가 얄밉더라. 아무튼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가격 비교 사이트들을 뒤적거리니 아니 이게 웬걸, Griffin사에서 나온 Lanyard 이어폰이 무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게 아닌가. 혹시 중국제 짝퉁은 아닌가 의심도 해봤지만, 뭐 물건을 받아보니 그건 아닌듯 하다. 원래는 이 놈도 정가가 3만원이 넘어가는 거의 애플사 제품과 비슷한 가격군이었던 것 같지만, 세월이 흘러서인지 가격이 내렸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지 않은가.

하지만, 위의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In-ear 이어폰이라는 것이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In-ear(i.e. 커널형) 방식의 이어폰을 극히 싫어한다. 물론 내가 전세계의 이어폰을 다 테스트해본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음질이 훌륭한 In-ear 이어폰도 숨어 있겠지만, 적어도 전반적으로는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1) 소리가 새 나가지 않는다.
2) 중저음역(즉, 베이스와 베이스 드럼의 음역)이 풍부해서 음질이 더 좋다.

이 정도 인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건 그냥 그렇다 치자. 하지만 2번은 뭔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좋다, 중저음이 일반형보다 좀 더 풍부한건 인정한다. 하지만 Sony G82 정도의 휴대용 헤드셋의 음질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밋밋함과 둔탁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난 사실 그다지 음질에 민감한 편도 아니다. 실제로 어릴 때 주변에서 Sony 888에 열광할 때 (물론 나도 쌩 돈 들여 2개나 샀었다. 웃기는건 생각해보니 G82도 2번 샀던 것 같다. G82는 첫번째 걸 누가 훔쳐가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샀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지만, 888은...잘못 길들였답시고=ㅅ= 다시 샀던 것 같은데 문제는 2개 다 어디 쳐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Leemax 도끼 이어폰에 만족하며 살았다. (지금은 Cresyn으로 이름이 바뀌었나..)

아무튼 이런 나도 음질에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단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입체감'이다. 이어폰에 무슨 입체감을 바라고 ㅈㄹ이냐고 할 수 있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iPod 번들 이어폰은 생각보다 훌륭한 제품이다. (내가 애시당초에 4만원 돈 하는 번들 Lanyard를 산 것도, 기본 패키지에서 얻은 번들 이어폰의 성능을 체험해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다른 제품에 사용했을 때는 그 성능이 그다지 탐탁치 않지만, 적어도 iPod에 연결된 번들 이어폰은 너무나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진동판의 내구성이 그렇게 좋지 않아 몇개월에 한번씩 다시 잡아줘야 하지만 (처음에는 꽤나 당황스럽다. 볼륨을 크게 틀면 귀에서 뭔가 파르르 떨리는 소리가 나는데 =ㅅ= 보통 입으로 바람을 불어주면 해결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이퀄라이저의 small speaker 모드를 켠 것 같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난다. 뭐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 방법을 알게 되니 그다지 문제는 없다.) 그 외에는 발군의 스펙을 자랑한다.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나 생각을 해보니,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린 것 같다. 얼마 전에 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 왔는데, 내가 섣달 그믐날 드라이 진을 잔뜩 마시고 깜빡하고 그냥 땅바닥에 두고 잔 아이팟을 물어 뜯은 것이다. 다행히 아이팟 본체는 메탈 케이스가 보호해준 것 같지만, 내 4만원짜리 Lanyard 이어폰은 살아남지 못했다. (/애도를...어흑) 아무리 내가 아이팟 번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 돈 주고 다시 사기는 정말.....정말 싫더라. 그래서 Griffin사의 In-ear Tunebuds로 낙찰을 본 것인데, 음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넋두리였다. 오히려 이 이어폰이 도착하기 전까지 다시 꺼내 쓴 G82의 성능을 다시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해는 하지 말자. Griffin사의 Tunebuds도 In-ear 제품 중에서는 상당히 멋진 성능을 보여주니 제품 자체가 구리다는 불만은 아니다. 단지, Muzeholic의 괴팍한 취향 때문이지.) 888을 쓰던 시절에도 나 혼자서만 G82를 선호했던 걸 보면, 내 귀가 병신인지 =ㅅ= 아니면 음질에 대한 기준이 다른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슬슬 내 나노 1세대의 배터리 수명도 한계를 보일 것 같고, 최대한 iPhone이 빨리 한국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때까지는...이놈에 익숙해질 수 밖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