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ivederci, Harry Potter.
MuzeWeek/Culture
2008. 3. 24. 23:24
드디어, Harry Potter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자 7번째 파트인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를 다 읽었습니다. 작년 7월에 발매되는 놈을 석달 전인 4월에 예매해놓고 훈련소에 들어갔었더랍니다. (미국판 Scholastic 출판사 버젼으로. 뭔가 한정판인지 그냥 하드커버도 아니고 북케이스에 J. K. Rowling의 싸인도 박혀 있는 놈이더군요.) 그런데 왜 그걸 이제서야 읽었는가?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발매 직후 온갖 스포일러성 기사들과 포스트들이 난무했었습니다. 물론 다 읽고 나서 보면 귀여운 스포일러들이었지만, 아무리 사소한 디테일이라도 그런 식으로 알게 되는 것이 너무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아예 기억에서 지워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거죠. (신기하게도, 해리 포터 시리즈는 내용 까먹는데 1년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포스트에서도 거의 내용은 다루지 않을테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현재 영화로 제작된 5편까지의 스토리만 접해보았다면, 애시당초에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될 거고 스포일러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거의 다 잡설이니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주의해주세요.
Deathly Hallows 번역 이!@#$%끼
처음엔 웬 어린 놈이 쿰을 쿠는 이야기인가 하고 별 생각 없이 봤었는데, 아니 이게 웬걸 1편을 다 읽고나니 우왕ㅋ굳ㅋ. 당장 2, 3편을 샀고, 그렇게 몇 개월 있지 않아 4편이 발매되더군요. 사실 3편까지만 해도 조금 길긴 해도 부담없이 볼 만한 길이었는데, 4편인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는 손에 들어보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부피더군요. (참고로 7편도 비슷한 부피인듯. 5편은 실수로 블룸즈베리 판을 사버려서 정확하게 비교를 못해보겠지만, 5, 6편은 그다지 두껍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네 이런 자잘한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바로 이 포스트는 Μųźёноliс & Harry Potter Chronicles(누구 맘대로??)를 소개하는 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고 계실듯)
그렇게 4권이 발매되고, 얼마 있지 않아 무려 해리 포터의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아직도 당시 TIME지의 커버가 기억납니다. First Look at Harry라는 타이틀과 함께 앳된 Daniel Radcliffe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 해놓은 사진이었어요. (난 분명 커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TIME지 사이트에서 뒤적거려보니, 커버는 아니고 그냥 해당 아티클 표지였던 것 같군요. 위에 걸어둔 First Look at Harry 하이퍼링크를 타고 가면 있는 아마 그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 1편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졌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척이나 실망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해리 포터 역으로 캐스팅된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어디서 찾았는지 참 이미지가 딱 들어맞았지만, 나머지 캐스팅들은 조금 상상하던 것과 차이가 있었고 (물론 내 상상하고 안 맞는다고 까는건 무개념이니 패스) 앞 뒤 내용 잘라먹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씬들이 너무 많아 당황스럽더군요. 애시당초에 감독이 "이 영화는 최대한 소설을 영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지만, 그래도 아예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1~4편 + 영화 1편까지는 거의 연달아 보게 된 셈인데, 그 이후부터는 발매되는 족족 보니 자꾸 앞 내용을 까먹게 되더군요. (...까먹은 소설 내용 영화 보고 다시 떠올리는 그런 싸이클이랄까?)
...영화 언제 끝나나효;;
사실, 영웅주의(Heroism)란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근현대의 교양이 우리에게 "영웅주의란 나쁜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긴 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웅주의란 (실제로 그 원래의 뜻은 그렇지 않은데도) "영웅의 자격이 없는 것들이 영웅 행세를 하며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해석되곤 하죠. 당연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하며, 그 누구도 다른 이의 머리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인류의 철학을 지배해왔습니다. 따라서 그 어떠한 인간에게도 영웅의 자격이 없으며, 개인은 단지 그가 믿는 신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근대 이후의 많은 저명한 인사들은 "Don't look at me. Look at what I believe."(날 보지 말고, 내가 믿는 바를 봐 달라.)고 말하곤 하죠. 같은 맥락에서 My Chemical Romance의 노래 The Black Parade에 있는 "I'm not a hero, just a boy who had to sing this song."(난 영웅이 아니예요. 단지 이 노래를 불러야 했던 한 소년에 불과할 뿐.)이라는 구절도 볼 수 있겠군요. 너를 앞세우지 말고, 너의 신념을 앞세워라. 그러면 세상이 너를 알아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근대 이후의 가치관이었던 것이죠.
Che! : 20세기의 베스트셀링 아이콘
소위 슈퍼 히어로의 기원은 저 고대의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찾을 수가 있겠지만, 실제로 20세기에서만큼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은 시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이에는 위에서도 언급했다싶이 헐리웃 문화의 영향이 큰 까닭도 있지만, 20세기의 험란한(?) 풍파를 경험한 인류는 자신들의 파멸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험란한 풍파에는 세계 1,2차 대전 및 냉전 체계의 구축과 붕괴, 무차별 테러 등등이 있겠군요.) 이른바 완전 파멸(Total Annihilation)의 상태에 이르기 전에, 이 무력한 중생들을 구제해 줄 구세주를 찾게 되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바로 고대 헬레니즘이 헤브라이즘(i.e.종교)에 의해 지구 표면 아래로 사라져버린 이후, 끊임없이 인류가 추구했던 바로 그 '구원'입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종교의 위상은 예전보다 약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위치를 '영웅' 혹은 '초인'이 대신하게 된 것이죠.
그에 더불어 냉전 종식 이후의 영웅상은 그 이전과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소위 Dark Hero(다크 히어로)라는 클래스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냉전시기의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라면, Captain America(캡틴 아메리카)라든가 Superman(슈퍼맨)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말 그대로, "정의의 이름으로 나의 주먹(혹은 여타 신체부위나 도구)을 받으라!"가 되겠습니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빛을 비추는 격이죠. 하지만 다크 히어로는 그 반대입니다. "We must play their game." 어둠과 싸우기 위해 어둠의 힘을 빌린다는 개념이 되겠군요. 그 시초로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Batman(배트맨)을 지목합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및 21세기 초반의 슈퍼히어로물은 거의 대부분 이 라인에 속하게 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다 있겠죠. 스파이더맨과 같은 경우는 미묘하게 "휴머니스트 히어로"라는 중간지역에 거미줄을 치고 버팅기는 스타일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21세기에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대표적인 다크 히어로인 퍼니셔, 고스트 라이더 등은 대중적인 어필에 실패했으니까요.) 그럼 도대체 해리 포터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왜 이런 방대한 헛소리들을 늘어놓은 것인지, 이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물론 컨셉이 유치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Μųźёноliс의 경우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어릴적 독자들은 이미 한창 젊음의 가도를 달리는 청장년들이 되어버렸기에 작가 또한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5권부터는 주인공도 예전에 없던 앙탈(?)을 부리고 등장 인물들도 팍팍 죽어버리는 잔혹동화(?)가 되어버렸죠. 이는 단순히 머리가 커버린 독자들을 위한 배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해리 포터의 캐릭터를 결정해버리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착한 주인공이 사악한 마왕을 때려잡고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음"식의 스토리를 팔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거죠. (이건, 머리가 커버린 기존 독자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어린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겠군요.) 더군다나 시리즈의 전반부에서 '영웅주의'에 찌들었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판국에 삼류 판타지 소설 마냥 '처음에도 무지 쎄던 주인공이 어쩌다보니 더 쎄진듯'식으로 풀어나가다간 좀 난감했겠죠.
그래서 J. K. Rowling은 최대한 해리 포터 vs 볼드모트(Voldemort)의 구도를 살려서 가져간 것입니다. 이 구도는 언뜻 보면 선(Good) vs 악(Evil)이 되겠지만, 실제로 7권을 보다보면 삶(Life) vs 죽음(Death)에 더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계속 "The Boy Who Lived"라는 타이틀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해리 포터는 "이 세상의 선"을 대표한다기보다, "죽음에 맞서는 자"라는 것이죠. 죽음에 대항하는 그 자체가 선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독자들이 그렇게 믿는다면 작가 입장에서 굳이 고쳐줄 의향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 증거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가장 단편적으로 하나를 들자면, 우리의 착한 해리가 소위 '나쁜 마법'인 Unforgivable Curses를 쓰기도 합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서 컷.) 아무튼 결론은, 해리 포터의 모험은 "악의 마왕을 때려잡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어떤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라기보다, "더 이상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시달리는 죽음의 공포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삶에의 의지에 핵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J. K. Rowling은, 영웅주의 논란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제시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영웅을 갈망합니다. 물론 이미 구축된 기성의 시스템이 때려잡지 못하는 범죄자들과 악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고 정의의 복수를 해주길 바래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나 좀 살려줘"입니다. 많은 이들이 영웅에게 울부짖을 때, "저 놈 좀 때려 잡아줘"라고 하지 않고, "SAVE US!"라고 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이 혼란한 세상에서, 같은 인간의 손에 의해 자신이 지켜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론 여기서 영웅주의 비판론 매번 제기하는 "개인의 주체성과 자립적 성취감에의 타격"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영웅이 되거나, 영웅에 의해 구원 받는 것이 '현실화'되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인류가 끊임없이 허구에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꼬꼬마도 될 수 있습니다!
J. K. Rowling의 답변 역시 바로 이것입니다. 해리 포터라는 한 인물이 영웅이 아니라, 죽음에 대항한 그 모든 이들이 영웅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해리 포터는 오히려 영웅이라기보다, 메신저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역사적 영웅들이 실제로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당연한 결론일지 모르겠군요. 여담으로 Nightwish의 The Kinslayer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 보면 "Not a hero, unless you die."(영웅도 못 돼, 죽지 않는 한은)라는 자조적인 구절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영웅은 꼭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기 보다, 보통 사람들이 선뜻 하기 힘든 자기희생을 통해 신념을 실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웅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사악한 것이 아닙니다. 위험하냐구요? 물론입니다. 당연히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A Hero보다 Heroes(히어로즈)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설픈 영웅의식에 빠지기보다, 주변의 인물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존재,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라고 생각됩니다. 해리 포터 역시 그런 캐릭터였기에 훌륭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나 싶군요.
Love Actually에서 영국 수상 역으로 나온 휴 그랜트는 자국민들에게 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land of Harry Potter"(해리 포터의 나라)라는 말을 했었죠.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국은 건국신화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 어느 웬만한 나라를 봐도 하나쯤은 있을 법한 전설이 영국이란 섬나라에는 거의 전무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J.R.R.톨킨은 실마릴리온이라는 말도 안 되게 방대한 연대기를 소개하며 그런 사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나는 이 나라에 합당한 전설을 창조하려 했다." 사실 그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J. K. Rowling의 10년에 걸친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가치만큼은 훌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동안 수년간 함께 해온 나의 영웅과 그의 연대기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부족한 글로 남겨봅니다.
Arrivederci,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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