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 접두어에 대한 단상.
여러분은 archmage라는 단어를 어떻게 읽습니까? archbishop이나 archangel은 들어봤어도 archmage는 뭐냐구요? Warcraft III나 Heroes of Might and Magic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들어봤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생소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워3에 등장하는 archmage를 한국에서 보통 아크메이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전세계의 공통된 호칭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한국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워3 공식 캠페인 모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Blizzard Entertainment사 역시 아크메이지라는 발음을 지지하고 있고, e-스포츠계의 나름 강국인 한국의 캐스터들이 "아! 아크메이지 위험해요!!"라고 외치는 것이 전세계에 울려퍼졌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한 마디로 적지 않은 수의 미국인 혹은 유럽인들은 archmage를 당연히 아치메이지라고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뭐가 옳은 발음일까요? 아니 애시당초에 '수석의, 최고의'라는 뜻을 지닌 접두어 arch-를 어떻게 읽는게 맞는 것일까요? 일단 위에 예를 든 archbishop이나 archangel은 어떻게 읽는지 알아봅시다. 전자는 아치비숍이라 읽히고, 후자는 아크엔젤이라고 읽히죠. 도대체 차이가 뭐길래? 네이버 지식인 어딘가에 적혀있기론, '수석'이라는 뜻을 지닌 arch- 접두어는 전부 ark로 발음을 한다고 되어 있던데, 총체적인 개소리입니다. (아크메이지의 망령에 홀렸다고 밖에는.) 보통 또 많이 들리는 단어가 archenemy이기도 합니다. 용례는 "Ah, Clark Kent, my archenemy."정도를 보면 되겠군요. (클락 켄트, 내 일생일대의 적이여.) 이 때도 아크에너미가 아닌 아치에너미가 표준 발음이라고 합니다. (Arch Enemy라는 밴드가 있는데, 이 역시 아치 에너미라고 읽어야겠죠.) 이렇게 보면 도대체가 무슨 근거로 발음이 바뀌는지 원체 알 수가 없습니다. 기준이 있는지 조차도 헷갈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큰 전제는 있다고 하니 한번 살펴볼까요?
Archangel from Heroes of Might and Magic V.
따라서 어찌되었든, archmage는 큰 틀에서 보면 아치메이지라고 읽는 것이 더 설득력 있겠군요. 하지만 발음이니 표준어니 하는 것들이 항상 그렇듯이, '정설'은 있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또한 archmage는 어쩌면 arch-라는 접두어를 사용한 신조어라고 보아야 하니 그에 대한 원칙 역시 부재한 것이 사실이죠. 실제로 Warcraft 유저들은 대부분 아크메이지라고 알고 있지만, Heroes of Might and Magic에서는 아치메이지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archdevil 역시 아치데블이라고 읽고.) 결국은, 어떻게 부르는 것이 더 편리한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k 발음이 편하게 읽히려면 뒤에 자음이 없어야 하지만 archenemy의 경우, 아크-에너미보다는 아치-에너미가 발음에 용이하달까요? (저 단어는 다른 arch-접두어를 가진 단어들보다 특히 arch와 enemy가 따로 구분지어 인식되기 때문에 '아케너미'라는 연음이 이루어지기 힘든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실제로 아크-에너미라고 말하던 것을 들었던 기억도 분명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치메이지라는 말은 너무 어색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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