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Guitar : It's Muze-lickin'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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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coustic이란 수식어는 Electric의 반대어로 생겨난 말이다. 말그대로, 'Unplugged'(i.e. 악기와 앰프의 연결을 모두 끊은, 소위 말하는 '생 라이브')라는 뜻이 되겠다. 그래서인지 순서가 좀 미묘한데, 어쿠스틱 기타는 클래식 기타의 후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일렉 기타와 더 촌수가 가깝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일렉 기타의 철제 스트링을, 전자장비가 개입하기 전의 음향증폭 방식(즉, 우퍼와도 흡사하게 텅 비어 있는 통기타의 바디)으로 연주하는 것이 바로 어쿠스틱 기타인 것이다. 물론, 개념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소위 Ovation Guitar의 등장 이후 그 구분도 애매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앰프로 증폭된 어쿠스틱 기타를 여타 일렉 기반 기타들의 소리와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철제 줄이라도 일렉과 어쿠스틱 기타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줄이 사용된다. 한 마디로,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링이 훨씬 '쎄다'. 앰프의 도움을 받게끔 설계된 일렉 기타는 줄의 섬세한 컨트롤이 우선이지 깊이 조절이 우선은 아니다. 반면, 말그대로 전자장비의 도움 없이 연주하는 것이 원래의 형태인 어쿠스틱 기타의 경우 스트링의 탄력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다 일렉 기타를 잡으면, 줄이 '말랑말랑'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도에 차이가 있다. 1
그렇다면, 이 뭔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손가락 아픈(?) 악기는 왜 아직도 사랑받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Μųźёноliс은 다음 3가지를 핵심으로 본다.
1. 특유의 톤과 감성
2. 보컬의 친구
3. 휴대성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는 묻혀버리기가 굉장히 쉽다. 기본적인 밴드를 구성할 수 있는 악기들이 전부 연주가 진행 중인 경우,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는 거의 들리지도 않고 틱틱거리는 쇳소리로만 어렴풋이 연주 중인지 아닌지 구분해야 될 정도인 상황이 흔히 발생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렉 기타와 증폭기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고유한 깊이와 톤은 수많은 뮤지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연주법도 간편하고 (물론, 일반론적으로;;) 완성도 높은 서포트가 가능해 비약하자면 '원맨 밴드'도 가능하기에 보컬 세션들이 선호하는 악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물론, 내가 보컬들이 스트링과 키보드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보편적으로 어쿠스틱 기타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앰프도 코드도 여타 다른 모든 장비도 필요없이 언제 어디서든 연주가 가능하다는 휴대성에서 찾을 수 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사실 그게 음악이 추구하는 목표중 하나 아니었던가?
갑자기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냐 하면...오랜만에 헬게이트 접속 안 하고 =ㅅ=;; California Guitar Trio의 Whitewater 앨범을 걸어놓고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전거 탄 풍경이 듣고 싶어지더라. 내가 자전거 탄 풍경을 한참 듣던 시절이 2002년~2003년이라 (즉, 강남대성 시절부터 대학 1학년 시절. 2003년에는 아마 영화 [클래식] 덕분에 다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던 때였던 것 같고.) 풋내기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아닌가. 자전거 탄 풍경만큼 어쿠스틱 기타의 감성을 잘 끌어낸 이들도 흔치 않은 것 같다. 당시에는 사실 별 생각 없이 탐닉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쿠스틱 기타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40%쯤은 자탄풍에 있지 않나 싶다. 그 나머지는 아마, 반향실의 영향이 컸을까?
아직도 난, 반향실에 엎어져 자던 생각이 든다. 뭐 동아리방이라는게 다 그렇긴 하지만, 그 코딱지만한 공간에서 벤치 하나 차지하고 1학년 쪼렙시키가 쳐주무신다는 것은...(후략) 아무튼 그렇게 널부러져서 공강시간을 때우고 있다보면, 물론 고막이 터지도록 jam을 해대는 것도 들을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 보컬 선배들이 어쿠스틱 기타를 켜며 노래를 부른다. 반향실에는 소위 '장작 기타'라고 불리는 싸구려 통기타 하나와 노래방 컬렉션(?) 책자가 있었다. Μųźёноliс을 비롯한 수많은 기수들의 보컬들이 애용하던 일명 '반향 노래방'이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켜주는 통기타에 맞춰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연주하게 된다. 왜냐면 보컬이 혼자 놀게 되면 별로 할게 없거든. 그렇게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짧은 연주 실력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카피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기교가 어렵지 않은 것들로) 처음으로 연습한 것이 바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었고, 그 다음은 The Calling의 Wherever You Will Go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씩 레파토리를 늘려가다 드디어 Green Day의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에 도착했고, 수년간 기타를 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스트로킹만은 잊지 않고 있다. Good Riddance가 내 어쿠스틱 기타에 대한 선호도에 또 30%가까이 작용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난 이 노래를 사랑한다.
반향실에서 노숙자 포즈로 겨울잠을 자고 있으면, 이따금씩 01학번 혜준 선배의 몽환적인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자다 일어나서 무슨 노래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대답은 "자작곡"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난 혜준 선배의 목소리와 그 노래들은 정말 좋아했다. 정말 대단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첫 자작곡인 Falling Star의 데모를 완성했을 때, 누구보다도 혜준 선배의 의견이 듣고 싶었다. (결과는...후략) 반향실에서 수많은 기타소리를 들어왔고, 혜준 선배가 특별히 다른 선배들이나 내공이 뛰어난 후배들보다 실력이 월등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나 난 그 노래들을 기억할 것 같다. 그게 어쿠스틱 기타의 힘이 아닐까. 사람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자국을 남길 수 있는 힘. 물론 여타 악기들도 그만의 포스가 있는 것이지만, 어쿠스틱 기타만큼 비용 대비 효율이 훌륭한 매체가 또 있을까?
It's finger lickin' good. 2
- 오베이션 기타 컴퍼니에서 개발한 어쿠스틱 기타의 한 형태.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톤, 즉 바디의 울림을 마이크가 아닌 코드를 통해 직접 앰프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Unplugged를 plug-in한 장본인들이랄까? 하지만 현대의 어쿠스틱 기타들은 거의 다 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소켓을 지원하기 때문에, 요즘 '오베이션'이라는 단어는 바디가 나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특징적인 통기타를 지칭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본문으로]
- Kentucky Fried Chicken(KFC : 일명 칸도당?)의 유명한 슬로건. 참고로 본 포스트의 제목은 이 슬로건의 패러디 쯤으로 봐주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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