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Questions for Slavoj Žižek

MuzeWeek/Editorial 2008. 8. 29. 15:33

The Guardian지에서 2008년 8월 9일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마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연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이 glorious bastard(?)[각주:1]씨는 역시 인터뷰 답변도 맛깔스럽다. 나 같은건 그런 포스의 발끝에도 따라갈 수가 없지만, 까스뗄로님이 인터뷰 질문을 차용해서 문답을 작성하신걸 보니 따라하고 싶어졌다. 꼭 한번 인터뷰 원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밌다. 자 이제 따라하기 시작. (intro는 일단 원문에 대한 패러디인데 별로 재미는 없고, 질문은 그대로 옮겨왔지만 그 답변은 패러디도 뭐도 아니니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Slavoj Žižek, the glorious bastard.

Muzeholic, 23, was born in Seoul, South Korea. He is a student at the Yonsei Univ., international whiner of the Seoul Family Court and a senior jackass at the institute of sucking. He has written more than 30 reviews on subjects as diverse as films, songs, and doesn't even know what the TV series The Pervert's Guide To Cinema is.
뮤즈홀릭(23)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연세대학교의 학생이며, 서울가정법원의 국제적인 투덜쟁이이고, 병신짓 협회의 수석 또라이다. 그는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범위의 주제에 대한 리뷰를 무려 30개 이상이나 작성하였고, The Pervert's Guide To Cinema라는 TV시리즈를 보기는 커녕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When were you happiest? :
이건 지젝을 따라한 대답이 아니라, 정말 사실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뭔가 그럴 법한 순간을 고대하는 시기이거나, 아니면 그랬을법한 때를 회상할 때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대부분 기대에 못미치거나 상상했던 그대로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니까.

What is your greatest fear? :
내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아무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인류에 손톱 밑에 낀 때 만큼도 공헌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가장 두렵다. 남들처럼 잘먹고 잘살고 싶지도 않고, 악착같이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나중에 기억해주지 않게 된다면, 그건 싫다. 죽어도.

What is your earliest memory? :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솔직히 엄마의 누드까지는 기억 안 나고 =ㅅ=;; 3살쯤이었나...나이아가라 폭포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실제로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인지, 아니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건 그것 뿐이라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Which living person do you most admire? And why? :
우리가 이 질문에 답변을 하기엔, 너무 막장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끝없이 냉소적이고, 자조적이 되어가는 나로서는 나조차도 존경한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래도 대라고 한다면 난 Barack Obama 미국 대통령 후보라고 말해야 겠다. 그는 리더쉽과 행동력, 그리고 개념탑재의 조화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 중 한 명이다. 가장 인격적으로 닮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What is the trait you most deplore in yourself? :
내가 가진 특성 중 가장 좌절스러운 것은, "뭐든지 두루 중간 이상의 활약은 할 수 있지만 최고를 달릴 역량은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꽤 자만한 태도일지 모르지만, 난 분명 꽤 많은 분야에서 중상의 포스를 보일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몸담았던 분야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중 특출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마땅히 내세울게 없다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싫어진다. 뭐가 이렇게 애매해. 평생 그렇게 살래? 하면서..

What is the trait you most deplore in others? :
난 다른 이들의 병신짓은 대부분 참고 넘긴다. 그것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속박하려는 의지가 없는 한은 뭔 짓을 해도 내버려 둔다. 하지만 자신이 믿는 또라이 같은 이론을 남에게, 특히 나에게 강요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What was your most embarrassing moment? :
아직도 생각하면 화끈거리는 일이 하나 있는데, 밴드활동 시절 꽤 큰 무대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을 공연하던 당시의 일이다. 이제 막 클라이막스에서 내려와서 조용하게 끝맺음 부분을 향해 달려가던 찰나에..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뛰어요!"라며 혼자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다들 '저건 뭐...'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고, 끝나고 뒷풀이에서는....(/후략)

Aside from a property, what's the most expensive thing you've bought? :
내가 산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을 대라고 한다면, 지금은 팔아버린 P-90 전동건이 되겠다. 왜냐면 그 이외의 것은 '내가 번 돈'으로 샀다고 할 수가 없거든. 공익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받은 월급 2달치를 모아서 샀던 기억이 난다. 참...훈련소가 머리를 이상하게 만든다니까.

What is your most treasured possession? :
이렇게 말하는건 너무 찌질이 같아 싫긴 한데, 내 데스크탑 컴퓨터라고 해야겠다. 내가 가진 다른 모든 것들은 사실 잃어버려도 상관없지만 (...그래 핸드폰도 필요없음.) 하드디스크가 날아가면 그건 좀 많이 곤란하다. 야구 동영상 때문이 아니라, 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음악들도 그렇고, 2002년 이후 전산으로 입력한 거의 모든 작업물들이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What makes you depressed? :
...슬라보예 지젝 이 뒤틀린 인간은 "멍청한 놈들이 행복한 걸 보는 것"이 우울하다고 대답했는데, 난 솔직히 상관 없다. 다 먹고 살고 행복하자고 하는 짓인데, 왜 그러냐! 난 그냥 내 미래가 가장 우울하다. "미래가 없어!"

What do you most dislike about your appearance? :
이건 질문이 잘못 됐다. 노코멘트.

What is your most unappealing habit? :
뭐 불쾌한 습관이야 여러가지 있겠지. 그런데 경험상으로 보면, 사람들은 내가 머리 기르는 걸 제일 싫어했던 것 같다. 그러니 '머리 손질 자주 안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려나? ...거 그래도 나름 하는거라니까. 아무도 안 믿는다.

What would be your fancy dress costume of choice?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Marvin the Paranoid Android의 영화버젼 코스튬이 아닐까. 아마 싱크로율 대박일걸.

What is your guiltiest pleasure? :
머리에 떠오르는게 한 둘이 아닌데, 자체검열(?)을 패스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네. 그냥 일반적인 guilty pleasure 중 하나를 적어보자면, 아이스크림 사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요즘엔 빠삐코가 무지 땡긴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이기는 싫지. "그렇게 쳐먹으니 살이 찌지"라고 할까봐.

What do you owe your parents? :
일단 아버지와는 연을 끊었기 때문에 아무 채무관계(?)도 없다. 그리고 어머니는..아 이거 너무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모든 수입의 절반"을 달라는 악질적인 계약에 내가 서약을 했다고 우기시는데, 이러면 곤란하다능. 참..얼른 돈을 벌어야 할텐데 말이다.

To whom would you most like to say sorry, and why? :
가장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라...난 내 자신에게 가장 미안하다. 지못미 me. 다른 이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으면 바로 해버리는 성격이다. 물론 말했어도 또 하고 싶을 만큼 미안한 짓은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내 자신에게는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What does love feel like? :
이 질문은 좀 나눠서 해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가지는 사랑의 감정은 어떤 느낌인가"와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로. 아직 내 나이 23이긴 한데, 단 한번도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관계는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내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이젠 귀찮아.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면 인터뷰어, 니가 나 사랑해줄거야? ㅋ

What or who is the love of your life? :
이 질문에 당당하게 "philosophy"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지젝이 부럽다. 내가 세계정치와 국제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해서, 정치나 외교학이 '사랑스럽다'는 기분은 안 들거든.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불완전한 인간의 '감성' 그 자체를 죽는 날까지 사랑할 것이다. 결국 난 위대한 사상가가 될 자질은 아닌가봐.

What is your favourite smell? :
찌든 도시에, 비가 내리는 날의 냄새. 오묘하지? 별로 오묘할 것도 없다. 그냥 어렸을 적부터 그 느낌을 좋아했을 뿐. 차가운 습기의 냄새가 다른 역한 것들을 억누르는 그런 느낌. 열대지방에 내리는 비는 너무 따뜻해서 싫고, 한국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Have you ever said 'I love you' and not meant it? :
아니. 단 한번도 그런 적은 없다. 물론 '사랑한다'는 말 자체를 한 적이 거의 없긴 하고, 아마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 (...물론 작업꾼은 열외.) 하지만 언어에서 사상이 태어난다는 것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그런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거고.

Which living person do you most despise, and why? :
아직도 전쟁이 많이 발발하지. 인류 역사를 보면 전쟁에 참가하는 이들 중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단지 살육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이 없는 이들. 그리고 생명에 대해 동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동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소녀병을 징집해 강간하는 전쟁광들.

What is the worst job you've done? :
공무원. 내가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말단 공무원은 안 한다.

What has been your biggest disappointment? :
내 아버지였던 인물.

If you could edit your past, what would you change? :
내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아마..남들처럼 평범하게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것 같다. 끽해봐야 몇년 일찍 대학 들어와봐야 뭐하는데. 중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단 한명도 없다는건 솔직히 좀 채우기 힘든 공백이다. 내 자식은 절대 그렇게 안 키운다.

If you could go back in time, where would you go? :
Woodstock Festival, 1969. 물론 막상 가게 된다면..또 어떨지 모르는데, 그 시대를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 전설의 회합을 목격하고 싶다.

How do you relax? :
역시 휴식을 취하는데는 개그만한게 없다. 물론 내가 하는 개그가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팔짱 끼고 심판하듯이 쳐다보는거지. 웃음은 삶의 활력소라는 고리타분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8할은 만담이니까. 기름은 넣고 다녀야지.

How often do you have sex? :
...그냥 이렇게만 말해두자. 마지막으로 한게 5년 전이다. ( --);; 그런데 또 뒤틀린 지젝 아저씨가 말했듯 섹스가 "살아있는 파트너와의 통상적인 자위"를 의미한다면..난 아직 virgin인가?

What is the closest you've come to death? :
내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을 때라..꽤 자주(?) 있긴 했는데,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기억은 다음과 같다. 대학 입학 후 곧 갔던 MT에서 우리는 방에 틀어박혀 휴대용 가스 버너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몇몇 동기가 쓰던 버너가 불량이었는지, 가스통에 불이 붙어버리더라. 정말 그 때 인간성이 들어나기 시작하는데, 몇명은 아예 옆 방으로 도망가서 문을 닫아버리질 않나..아무튼 우리는 어쩔 줄 모르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는데, 어느 선배 중 한명이 달려와서는 "다 비켜!"라고 외치며 점퍼를 입은채로 버너를 덮쳐버리는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불은 제압이 됐고, 폭발은 면할 수 있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정말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야 할까.

What single thing would improve the quality of your life? :
iPhone. 제발 님하.

What do you consider your greatest achievement? :
지젝의 대답은 계속적으로 '헤겔빠'임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인데, 참..난 뭐 없을라나. 이제까지 이루어놓은게 없는 사람에게, 가장 위대한 성취에 대해 묻는건 무슨 심보냐. 이 질문에 지금 대답할 수 없는건 당연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다시 물어볼 때는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What is the most important lesson life has taught you? :
뭐 앞으로도 인생이라는 놈과 싸울 기회는 많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 내가 배운 한 가지 사실은,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것 이다.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냥 그렇게 같이 살아가면 되는거다. 인생이 엿같다고 그걸 때려잡을 수도 없는거고, 그렇다고 포기하긴 아깝잖아.

Tell us a secret. :
쉿, 이건 비밀인데요! 아직 내 고향별로 돌아가는 배편이 안 들어왔다능.

  1. ...쿠엔틴 타란티노가 현재 제작중인 영화 "Inglorious Bastards"의 패러디. [본문으로]

'MuzeWeek > Editori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We'll Roll On With Our Heads Held High.  (2) 2011.05.16
Interview Questions for Slavoj Žižek  (4) 2008.08.29
無개념지론, 그리고 無개념의 역설.  (0) 2008.07.07
arch- 접두어에 대한 단상.  (3) 2008.06.23
Reminder Music  (0) 2008.05.26
D - 3000.  (0) 2008.04.23
Through The Looking Glass  (0) 2008.04.1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까스뗄로 2008.08.31 20:39 신고  Modify/Delete  Reply

    뭐든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는 거... 전 좋은 거 같은데요. 어저면 딱 한 가지 잘 하기보다 그게 더 어려운 거 같기도 하고요. 아하하, 마빈 코스튬~! 재밌겠어요. 만들기 어려울 거 같고 무게도 여간 아니겠지만요. 후훗, 빠삐코는 맛있지요. 올해는 빠삐코를 재발견한(...) 해였어요. 근데 정말 쮸쮸바 종류는 먹을 때 모습이 어쩐지 남사스럽기는 해요.
    어, 중고등학교 과정 어딘가를 건너뛰셨던 건가요? 저는 그냥 초등학교부터 일찍 들어간 경우였는데...

    • BlogIcon Μųźёноliс 2008.09.01 09:20 신고  Modify/Delete

      후...어렸을 때는 그게 좋은 줄 알았는데, 대학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영 좌절스럽더라구요. (뭐..그렇다고 실제로 모든 분야에서 쉽게 중상을 해내는 것도 아니고 ㅠㅠ) 차라리 한 가지의 마스터인 사람들이 훨씬 존경스럽습니다. 빠삐코 ㅋㅋㅋ 전 항상 집에 숨어서 먹습니다. ( --);;

      그...저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입학은 원래 나이에 했는데, 졸업하자마자 고입 검정고시를 합격하고..1년 후에 대입 검정고시를 합격한 셈입니다. 그 다음엔 영어 공부 좀 하고..경시대회 준비좀 하고..뭐 이런식으로 살다가 2001학년도 수능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내리 삼수(?)를 해버린 셈이죠. 어떻게 보면 2년 일찍 들어간건 맞는데..사실은 3년 늦게 들어갔다고 해야 =ㅁ=;;

  2. 2008.11.16 01:1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Μųźёноliс 2008.11.16 10:09 신고  Modify/Delete

      ...어떤 의미에서 주옥같다는건지 물어보기가 두렵구랴 ㄲㄲ;; ㅎㄷㄷ 이햏자가 전곡 FLAC라니 보노자는 아이팟에서 FLAC 지원을 안해서 mp3 320k로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