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nder Music

MuzeWeek/Editorial 2008. 5. 26. 18:15

우린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음악(혹은 노래)을 듣는다. 적어도 일반적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음악감상에 보내는 이들에게 있어 음악은 일종의 삶의 일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억이나 추억 등에 특정 음악이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내가 그 당시, 어떤 특정한 일이나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당시 듣던 음악이 무엇인가 기억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혹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 (특정 음악을 들으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 혹은 경험 등을 떠올리는 것.) 사실 음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시나 소설이 될 수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 등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모든 매체에 대해서 다 가능한데, 내가 굳이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빈도가 잦아서랄까? (막상 본인의 경우, 영화로 따져보면 쉽지가 않다. 막말로 '내가 그 영화를 누구랑 봤더라?'는 의문을 떠올리면 답할 수 있는 경우가 그리 흔치가 않다.)

여하튼 Muzeholic은 이걸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다, 결국 창작력의 부족으로 인해 Reminder Music(이 밑으로는 줄여서 RM이라고 칭한다.)이라고 명명하였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 반대일 경우 (즉 특정 음악으로 인해 떠올려지는 대상) Reminder Object를 줄여 RO라고 한다. 보통 이 RM과 RO는 쌍방의 관계인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번 포스팅은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고, 나와 이제껏 관계를 형성해왔던 특정 소수에게만 부분적으로 의미가 있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적고 넘어가야겠다던 다짐을 실천하는 것 뿐이다. (...여러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1.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먼저 내 절친한 친구중 한명이자 함께 훈련소도 들어가게 된 L1군으로 해볼까. 이놈에 대해 RM을 정한다면 단연코 T-SquareKnight's Song을 고를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2006년 초여름쯤이었나 L1군은 우리의 또다른 친구 L2군의 오피스텔에 얹혀 살며 근처 편의점에서 새벽 알바를 하며 지내던 적이 있었다. Muzeholic은 당시 멀쩡한 집이 리모델링 공사관련 시비가 붙어 오갈데 없이 사촌형네 집에 얹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L1,2군과 함께 생활하다시피 되어버렸다. 아무튼 당시 L2군과 본인은 한창 Knight's Song의 멜로디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었고, 어느 주말에 L2군의 오피스텔에서 레포트를 작성하며 시간을 보낼 때 하루종일 무한 반복 걸어놓고 듣던 적이 있었다. 문제는 같은 방에서 새벽 알바로 떡실신이 된 L1군이 오후 서너시가 되도록 즐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수면학습(?)의 여파인지 그는 아직도 이 곡만 들으면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고 한다. 어쩌면 이건 나의 크나큰 실수일지도 모른다. (일단 자고 있는 친구놈 옆에서 음악 무한반복 시켜놓는 작태의 도덕성은 열외하고;;)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는 정말이지 훌륭한 명곡을 혐오하게 된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Knight's Song의 RO 역시 L1군이 되어버렸다.

T-Square

2.
말이 나온 김에 L2군도 처리해보고 넘어갈까. 사실 다른 이들에 비해 애매한 구석이 있는 놈이기도 하다. 막상 우리는 듣는 음악 자체가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 (애니 음악에서 아주 살짝 겹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공유'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께 즐기던 음악들도 많았다. 이놈의 특기는 Windows Media Player로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모든 사운드 파일(=ㅅ=)을 통째로 리스트에 걸어놓고 듣는거라 좀 괴롭긴 했지만 (아니 애시당초에 그게 가능할정도로 음악파일이 몇개 없다는 것도 나로서는 신기하지만) 그래도 막상 내가 흘려놓고 간 음악들이 나오면 왠지 반갑기도 하고 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L2군의 RM이라면, 뜬금없긴 하지만 Russian National Anthem(러시아 국가)가 될 것 같다. 일단 수년간 그놈의 컬러링이기도 했고, 특유의 장엄한 사운드(?)에 이끌려 나는 항상 휘파람으로 멜로디를 읊어대곤 했고 L2군도 안 되는 러시아어로 중얼거리곤 했다. 애시당초에 러시아 국가를 처음 듣게 된 계기도 L2군의 컬러링 덕이었으니, 그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떠올려지는 RO 역시 L2군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엔 RO가 하나 더 있으니, 영화 Lord of War가 되겠다. (RO가 꼭 사람이란 법은 없으니까 ^^ 오히려 러시아 국가에 대해 RO를 찾으라 하면 많은 이들은 영화 록키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록키 세대가 아니라서요.) Lord of War에서 소련의 군 간부이자 주인공 Yuri Orlov의 삼촌이 등장하는 씬에서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Soviet Union Parade

3.
다음으로 내 대학 동기이자 귀찮게도 '세트'로 묶여서 인식되던 알프레도의 RM은 뭘까. 이건 뭐 두말 할 필요도 없이 L'arc~en~ciel의 Blurry Eyes가 되겠다. 반향 활동 초기 시절, Muzeholic은 실력도 사실 별볼일 없으면서 더욱 실력없는 팀원들 덕에 공연하지 못하는 노래들을 한스러워 했었다. 그걸 첫번째로 해소했던 것이 바로 드러머 G군의 덕으로 공연할 수 이었던 Blink 182 - All The Small Things였고, (그래서 G군에 대한 RM은 당연히 그 곡이고) 그 다음이 바로 라르크의 Blurry Eyes다. 반향 공연곡 리뷰 포스팅에서도 적은 바 있지만 초보에게는 꽤나 난이도 있는 베이스 라인을 지닌 이 곡을 공연할 수 있었던 것도 알프레도의 엄청난 노력 덕분이었으니까. 물론 그 이후부터는 되도 않는 재즈를 하겠다느니 공부하느라 공연준비를 못하겠다느니 (학점도 구리면서) 헛소리를 해대긴 했지만, 그래도 난 아직 그 기억만은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반향 공연곡들을 들으면 그냥 '반향'이라는 전체가 생각나지만, Blurry Eyes만큼은 알프레도가 생각나나보다.

L'arc~en~ciel

4.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런저런 공부를 하던 시절 함께 지냈던 JK군에 대한 RM은 Blink 182의 Adam's Song이 될 것 같다. 사실 JK군이 수 년전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 뒤 한번도 보질 못했지만, 그 전까지는 상당히 친하게 지냈고 내가 현재 선호하는 음악장르들에 대한 소개자 역할을 한 인물이다. 내가 처음 Green Day를 앨범으로 접하게 된 것이 그가 생일선물로 준 Nimrod(1997)였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 하다. 그는 특히 Blink 182와 Third Eye Blind를 좋아했었는데, 그래서인지 항상 Third Eye Blind의 첫번째 앨범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 싶이 했었다. 언젠가는 한번, 미국에 살고 있는 사촌형에게 Semi-Charmed Life의 가사와 해석을 물어보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더라. 또 우리는 그 쯤 새로 나왔던 2번째 앨범 Blue(1999)도 듣곤 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Blink 182의 Adam's Song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와 Adam's Song을 들을 당시만 해도 Enema of the State 앨범을 통째로 듣던 시절은 아니라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억울(?)하기도 하지만, 당장 지금만 해도 mp3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JK군을 떠올리게 된다.

Blink 182

5.
대학교 1학년 시절 꽤 자주 어울려다니고 2004년 여름엔 유럽배낭여행까지 함께 진행했던 E군에 대한 RM은 뭘까. 이 인간은 해가 갈수록 음악적 취향이 무섭게 바뀌는 바람에 뭘 선택해야 할지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에픽 메탈'이라는 주제어를 벗어날 수는 없을테니 Sonata Arctica의 Weballergy로 적으면 되겠다. (사실 내가 소개해준 Nightwish로 시작했을텐데, 어느새 그는 나에게 Rhapsody와 Kamelot, Sonata Arctica등을 '전파'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막상 본인은 오히려 Fullmoon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는데, 난 그냥 Weballergy만 들으면 그 인간 생각이 난다. (...가사가 너무 어울린달까. ㄲㄲ) 나보다 먼저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시작해서 이제는 이미 소집해제하고 학교까지 잘 다니고 있지만, 소집해제 하기 이전에는 매일 메신저에서 낄낄대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Sonata Arctica 역시 그 쯤에 소개받았고.) 사실 그 전에는 EVE의 소녀라든가, 아니면 X의 Crucify My Love등이 E군에 대한 RM이었는데, 막상 그 곡들은 지금은 잘 듣지 않아서인지 대표RM으로 적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

Sonata Arctica

6.
강남대성학원 시절 꽤 오랫동안 옆자리에서 함께 공부를 하던 P군에 대한 RM은, 뭐니뭐니해도 Hoobastank의 Ready For You가 되겠다. 그 당시 우리는 MD를 들으며 (...그렇다. mp3에 밀려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그 전설의 기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나는 당시 한창 Sum 41의 All Killer No Filler 앨범에 심취해 있었고, 그는 Hoobastank와 Slipknot, The Calling등을 듣고 다녔다. (한 마디로, 광범위한 모던락이나 하드코어쪽을 선호했달까.) 특히 우리는 Hoobastank의 첫 앨범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사실 Hoobastank는 2집인 The Reason에 와서야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음을 생각해보면 살짝 마이너한 감이 있긴 했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1번 트랙 Crawling In The Dark를 즐겨들었지만 후속은 조금 달랐다. 나는 Running Away를 굉장히 선호했었는데, 그는 후렴구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지루하다며 많이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반면 그는 Ready For You를 가장 선호했는데 나는 당시만해도 그다지 그 곡에 끌리지 않았다. (물론 좋아하긴 했지만 그냥 무난한 수준에서였달까.)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나서 한참이 있다가 오랜만에 꺼내서 들어보곤 일종의 재발견(?)을 한 기억이 있다. 아무튼 P군은 분명 대학도 같은 학교로 진학했는데, 과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군대를 갔다와서 연락을 자주 못해서인지 거의 연락두절 상태긴 하지만, 그래도 난 이 곡을 들을 때면 항상 그가 생각난다.

Hoobastank

7.
대성학원 이야기를 꺼낸 김에, 역시 함께 공부하던 SOSS양에 대한 RM도 짧게 적어볼까. 이건 뭐 너무나 당연하다. 왜냐면 SOSS자체가 Sun of San Sebastian의 줄임이기 때문이다. 뭐 물론 대성학원을 다닐 시절 Sonata Arctica의 San Sebastian을 같이 듣곤 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런 곡으로 고르자면 오히려 Offspring의 Dammit, I Changed Again이 되겠지만.) 작년 여름 훈련소에서 나온지 얼마 안됐을쯤, 메신저에 뜬금없이 못보던 아이디가 생겨있기에 누군지 찔러봤더니 그녀가 아닌가. 학원 다니던 시절 어리기도 했고, 사실 못할 짓도 많이 해서 항상 미안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다시 그렇게 온라인에서나마 보니 좋더라. 하필이면 당시에 한창 Sonata Arctica를 듣던 시기라, 어쩌다보니 SOSS라 하면 그녀를 지칭하게 되었다. (Sun of San Sebastian이 뭔가 궁금하면, 가사 검색을 해서 대충 읽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뭐 여튼 결국 얼마간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시 연락두절이 되었고, 그렇게 1년 남짓이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봤으면 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일단은 San Sebastian

8.
아...뭐 이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끝이 없겠다. 대충 몇가지 케이스를 적어보았으니 RM은 그걸로 충분하겠지. 이제는 RO쪽에 포커스를 맞춰 간단하게 몇가지 떠올려볼까. 가령 Muzeholic은 Eric Johnson의 Cliffs of Dover를 들을 때면 스위스의 알프스 골짜기를 타고 달리던 기차가 기억난다. (...실제로 그 곡을 들으면서 스위스 횡단 열차를 타던 때의 기억 때문에.) 여하튼 RM과 RO의 관계가 이렇게 그냥 '추억'이거나 좋은 기억이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는, 너무나 좋아하는 곡이라 공연을 준비했는데 그 과정에서 질려버려 그 곡 자체에 대한 호감이 사라져버리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Muzeholic 역시 공연때마다 이런 고충을 겪곤 했다. (다행인건 그래도 시간을 충분히 두고 다시 들으면 트라우마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혹은 RO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안 좋아서, RM 역시 덩달아 싫어지는 경우다. 이게 무슨 말인가 풀어보면, 누군가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안 좋게 남아있어서, 그를 떠올리게 되는 특정 음악 역시 듣기 싫어지게 되는 경우다. 여기에는 2가지 정도 사례를 댈 수 있겠는데, 첫번째는 자전거 탄 풍경의 안녕이다. 난 원래 이곡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 비오는 날의 젖은 감성의 느낌이 너무 좋았으니까. 하지만 대학교 1학년 시절 J양과 한창 청춘사업을 벌이다 부도크리를 맞고 안드로메다에서 허우적댈 때 이 노래를 듣던 기억이 나서 지금은 우울해지기만 한다. 그리고 두번째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꽤 자주 소통하던 R군이 보내준 양방언의 EchoesSamanea Saman과 같은 곡들이 있다. 사실 굉장히 좋은 곡들이다. 하지만 R군의 짜증나는 사고방식과 작태에 절교(?)를 선언한 이후 그가 소개해준 죄밖에 없는 이 곡들이 싫어지기 시작하더라.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되는데, 음악이라는게 '시상'을 떠올리게 하는가!) 그러니까 민폐를 끼치면 안 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그의 음악까지 외면받게 되니까.

자료 사진

9.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미에서 부연하자면, 여러분들을 고문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린 이가 있다면 당신이 WINNER! ㄲㄲ) 내가 듣는 곡들이 수천곡들이 되고, 이른바 'favorite'이라고 하는 것들만도 얼추 100여곡이 되는데, 그 하나 하나에 다 연상되는 인물들, 사건들, 장소들, 작품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내가 여기 그냥 순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은 이 이야기들은 빙산의 일각 수준도 못 될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분명 확신한다. 여러분도 RM이 분명 있을거라고. 단지 그걸 실제로 적어내려가기엔 인생에 중요한게 너무 많을 뿐이지. 그 삽질은 Muzeholic이 대신 해주었으니, 여러분은 그냥 심심할 때 되짚어보며 낄낄댈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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