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Punk계의 마에스트로 1편 : Rob Cavallo

MuzeWeek/Entertainment 2008.02.02 16:22

사실, 단 한번이라도 90년대 이후의 펑크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둘 있다. 바로, 롭 카발로(Rob Cavallo)제리 핀(Jerry Finn)이라는 두 명의 프로듀서. 그들을 이미 펑크의 세계에서만 논하기에는 너무나 유명인사가 되어버렸고, 메이저 레이블의 프로듀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다뤄왔지만, 적어도 펑크매니아들에게는 마에스트로로 기억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먼저 Rob Cavallo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사실 위키피디아와 여러 하이퍼텍스트들을 뒤지며 이리저리 관련 자료를 모아봤지만, 내 스스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롭 카발로는 제리 핀에 비해 상당히 자료가 많은 편이다. (사실 거의 위키 항목의 자료와 본인의 느낌을 소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Let the work speak for himself.


Rob Cavallo ◆

맨 왼쪽이 롭 카발로 아저씨이다.

롭 카발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당연히 Green Day를 떠올리게 된다. 인디 레이블인 Lookout에서 앨범을 내고 활동하던 그린데이를 메이져 레이블인 Reprise와 계약을 맺게 한 장본인이 바로 카발로 아저씨라고 한다. 마치 드라마와도 같은 스토리랄까 =ㅅ=;; 아무튼 그렇게 카발로 아저씨와 만난 Green Day는 1994년 메이져 데뷔 앨범인 Dookie를 내놓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애시당초에 Dookie의 데모테잎을 들고 카발로를 찾아간 것이었지만.)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인지도를 지녔고, 아직도 세상 어디선가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을 노래 Basket Case를 수록한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1,000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Rob Cavallo는 2000년 발표된 Warning을 제외한 나머지 앨범들에는 모두 참여하며, 그린데이의 '지휘자'역을 해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메이저 레이블의 촉망받는 프로듀서로서 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한 밴드와 10년이 넘게 함께 작업을 해왔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

그린데이가 2000년에 Warning을 발표하고 세상에 찌들어(=ㅅ=) 빌리 조의 뱃살은 늘어만 가고 라이브는 개판이 되어가던 시절, 많은 이들은 이미 고개를 돌린지 오래였다. 2집 Insomniac은 Dookie와 같은 대중적 인기를 얻기 힘든 앨범임에 틀림이 없었고, 3집 Nimrod 역시 개인적으로는 수작이라고 평가하지만 역시 Dookie의 아성을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1997년 Nimrod를 발표한 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찾아온 Warning 역시 그린데이의 예전 팬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은 Warning 앨범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자, 이제 막장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듯한 분위기에서 다시 지금의 그린데이를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였을까. 물론 빌리 조 암스트롱 자신의 노력도 엄청났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신념이랄까 철학만은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망가져가던 아저씨가(=ㅅ=) 거짓말처럼 멋지게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점점 90년대의 추억으로 묻혀갈 뻔 했던 Green Day라는 밴드가 American Idiot이라는 앨범으로 다시 태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들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던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응? =ㅅ=;;;) 카발로 아저씨 역시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6년 발매된 라이브 DVD Bullet In A Bible에 나오는 베이시스트 Mike Dirnt의 인터뷰를 잠깐 인용하자면,

우리가 Longview를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관중 어디선가 "저 노래 처음 듣는데?"라는 말이 들려오더라구요. 그때서야 난 우리가 Dookie의 망령에서 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4년의 American Idiot 이전의 그린데이 팬들에게, Longview를 모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Basket Case와 맞먹는 인지도를 지닌 곡이었다. 따라서 거의 모든 그린데이의 콘서트는 Longview를 연주했고, Good Riddance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것과 함께 전통이 되어버렸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밴드 멤버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무대에 가깝게 있는 관객이 Longview가 아닌 다른 곡들을 기대하고 온 것이라면 마이크 던트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끔 해준 American Idiot 앨범 역시 롭 카발로의 손을 거쳤다.

American Idiot 발매 당시 잠시 돌았던 루머들을 회상해보자. 2003년도에 Green Day는 롭 카발로와 함께 Cigarettes and Valentines라는 앨범을 작업했는데, 어이없게도 스튜디오에서 마스터테잎을 도난 당했다는 것이다. 이 앨범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극히 드물지만, 관계자들의 말로는 "Nimrod와 Warning을 섞어놓은 듯한 사운드"였다고 한다. 카발로 아저씨는 "이건 잘 봐줘도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빌리 조 암스트롱 역시 "오히려 잘 됐다. 이건 불행이 아니라 다행이다. 왜냐면 그건 Maximum Green Day가 아니었거든." (근데 진짜 앨범 제목 하나는 최고인 것 같은데 =ㅅ=;; 들어볼 길은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물론 테잎이 없어졌다해도 다시 작업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아나 열받는데 잃어버린건 먹고 떨어지라고 하고, 더 좋은 걸로 만들지 뭐"랄까. 여하튼 그렇게 해서 다시 작업한 앨범이 American Idiot인 것이다.

문제는, 그 도난 당한 C&V의 마스터테잎이 우리의 Billie Joe Armstrong이 사장으로 있는 Adeline Records에 소속되어 있던 The Network라는 밴드의 Money Money 2020 앨범으로 둔갑하여 공개되었다는 설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The Network 자체가 Green Day의 alter-ego 밴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멤버라는 소리.) 그 근거로는, The Network라는 3인조 밴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며, Money Money 2020 이후 종적을 감춰버렸으며, 콘서트가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는 찰나에 빌리 조의 얼굴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거기에 더해 보컬의 목소리 역시 빌리 조와 상당히 흡사하니 이러한 음모론은 점점 흥미로와질 수 밖에.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Cigarettes and Valentines 마스터 테잎 도난 사건을 정리해보자면, 한 마디로 '계획적인 홍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궁금증 유발, 음모론, 신비화, 그에 따른 American Idiot에의 상대적 기대감 증가 등등. 그리고 이 소동은 왠지, 롭 카발로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심각하게 든다. 멤버들이 이런걸 생각해냈을리는 없고, 음반업계에서 이런 소동이나 음모론은 흔히 사용되기 마련이니까. (물론 개인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임으로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educated guess랄까.)

아무튼 롭 카발로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그린데이 이야기만 잔뜩한 기분이 드니, 슬슬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사실 프로듀서가 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싶을지 모르지만, 분명 롭 카발로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는 그가 프로듀싱한 곡들에서 찾을 수 있는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존재한다. 그러면 Rob Cavallo가 프로듀서로 참가한 작품들 중 유명한 것들을 잠시 나열해볼까.

Green Day : Dookie(1994), Insomniac(1995), Nimrod(1997), American Idiot(2004)
Goo Goo Dolls : Dizzy Up The Girl(1998), Gutterflower(2002)
The Muffs : Blonder and Blonder(1995)
Alanis Morissette : Uninvited(1998)
Sixpence None the Richer : Divine Discontent(2002)
My Chemical Romance : The Black Parade(2006)
Avril Lavigne : The Best Damn Thing(2007) (한 곡)
Rent, the movie : O.S.T. (2005)

훑어보면, 딱 어떤 느낌인지 오지 않는가. 그린데이, 구구돌스, 알라니스 모리셋, 식스펜스, 마이 케미컬 로맨스, 에이브릴 라빈, 렌트 영화 ost까지. 몇가지 추가 설명하자면, 구구돌스의 Dizzy Up The Girl은 그들의 초히트곡인 Iris를 포함한 앨범이다. MCR의 The Black Parade 역시 두말할 필요 없는 명작이자 히트였고 말이다. 뮤지컬 Rent를 2005년도에 영화화한 작품에 쓰일 곡들도 전부 새로 레코딩했는데, 그 작업에 역시 카발로 아저씨가 참여한 것이다. 물론 프로듀서는 작곡가가 아니기에 각 작품들마다 음악적 성향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본인은 그것을 카발로 균형(Cavallo Equilibrium)이라 부른다. Rob Cavallo의 손을 거치면 거부할 수 없는 멜로디로 다가오는 것. 동일한 코드에, 동일한 노트를 가진 곡도 그가 참여하면 달콤한 사탕과도 같이 톡톡튀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그 비법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곡을 처음 듣더라도, "어? 이거 혹시 그 놈 아냐?"라는 생각이 들어 쟈켓을 뒤져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Rob Cavallo라는 이름은 아직까지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는 현존하는 얼터너티브, 팝 펑크계의 마에스트로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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