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9일의 잡담

MuzeWeek/Politics & Social 2008. 4. 9. 21:41
1. 역대 최저 투표율 갱신 성공

본인은 정치외교학도로써, 평소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투표권을 자의적으로 포기하지는 않는 것을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래봤자, 투표권을 얻은 나이 이후 기회가 있던 선거일은 지난 서울 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2번 뿐이었지만.)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신념을 져버리기로 했다.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과 비슷한 맥락에서랄까. (엄격히 말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는 절대 시민불복종으로 볼 수 없으니 설레발은 치지 말자. 시민불복종이란 부당한 법을 비폭력적인 방법론을 통해 지키지 않는 일종의 시위를 의미하는데,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법을 지켜야할 의무를 의도적으로 져버렸다기보단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찌 되었든 다른 특별한 일이 없으면서 (구체적으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구석에서 뒹굴며 The Simpsons 시즌5 전체와 밀린 Smallville 에피소드들을 섭렵하면서) 투표를 하러 가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은 내 뼈와 살을 깎는 행위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난 오늘밤, 이번 총선에서 나의 가장 큰 아젠다가 성공했다는 것을 자축하는 중이다. 그것은 바로...
"역대 최저 투표율 갱신"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물론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시민의식을 들먹이기 전에, 제발 현 상황을 제대로 볼 생각은 없냐는 말이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그 책임소재가 어디 있는가는 생각해봐야지 않나? 한 마디로,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길래 시민의 신성한 의무까지 집어던져버리게까지 되었는가"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이다. (Yes, I'm pointing fingers.)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끔 만든 정치세태를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렇다. 난 그래서 나의 권리를 포기해가면서까지, (물론 그 기회비용은 엄청나겠지만) 역대 최저 투표율을 만들기 위해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40%초반이나 더 적기를 기대했는데, 그래도 40% 중반은 넘은걸 다행으로 알아라.) 이제 앞으로 수년간, 오늘의 결정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며 괴로워하겠지만, 일단 오늘밤만은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잠을 청할 것이다.

Ay Caramba!

2. CSS Naked Day에 동참

아무 생각 없이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유명한 이 주인장 역시, 오늘의 대세인 CSS Naked Day에 동참하였다. 물론 대충 무슨 의도인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지는 일단 미지수. (물론 참여할만큼 동의는 함.) 이른바 '스타일'이란 없어도 죽진 않는 물건이지만, 그렇다고 필요가 없는건 아니라고 믿는다. 하이퍼텍스트의 생명은 장담컨대 50%쯤은 스타일에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렇기에 웹표준 준수와 여타 브라우저에서의 호환성 역시 중요한 것이지만.) 하이퍼텍스트를 떠나서 모든 만물을 봐도 그 겉 표피가 막상 생존에 필연적이지 않는 경우들이 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없어도 되는 경우는 드물다. 빌어먹을 밋밋한 디자인을 준수하는 삼성의 제품들을 보아도 그렇고, 이 시대의 패러다임인 외모지상주의를 봐도 그렇지. (뭥미?)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더라도, 같은 기능을 주더라도, 그것이 무엇으로 포장되어 있는지는 데코레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일단 소감은, "오늘 하루만 하니 다행." 한 마디 더하자면, 2008년 4월 9일은 여러 의미에서 Naked Day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