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 Movie: City of Joy (1992)
= City of Joy and Sorrow =
Roland Joffé의 City of Joy (1992)는 환자를 살려내지 못하고 영적 구원을 위해 인도로 여행을 떠난 미국인 의사 Max Lowe와, 흉작으로 인해 고향을 등지고 새 삶을 찾아 대도시 캘커타로 이동하지만 사기를 당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Hasari Pal과 그의 가족들의 삶이 Joan Bethel이 운영하는 무료 진료소가 있는 이른바 “City of Joy”에서 교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이 City of Joy란 캘커타의 극빈민층과 나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슬럼가로, “the godfather”라 불리는 부호 Mr. Ghatak이관할하는 지역이다. 그는 스스로의 말마따나 빈민층들로부터 “돈의 벽”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구분 짓는 전근대적 지주와 같은 인물이고, 그의 아들인 Ashok는 아버지의 권력에 기대 온갖 횡포를 부리는 망나니로 그려지고 있다. 미국인으로서 폭정에 굴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Max는 이들의 부당한 억압과 횡포에 맞서 싸우기를 주장하지만, 이미 억압에 길들여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생계수단을 마련해준 것에 감사해하는 슬럼가 주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수백 년간의 식민 통치를 거쳐, 수십 세대를 그런 억압의 구조 속에 살아왔기에 잘못됨을 바꿀 의지조차 없는 그들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John Stuart Mill등의 공리주의자들에 의하면, 대영제국 동인도회사의 인도 식민 통치는 “계몽과 진보”라는 공공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근대 계몽주의의 전통을 잇는 자유주의 사상가들에 있어 인간의 이성은 그 속에 자유와 진보의 씨앗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발현시키기만 하면 누구나 계몽의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계몽할 의지조차 없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자유와 계몽에의 작은 씨앗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계몽된 이들에 의해 “jump start”되어야 진보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것이 소위 그 유명한 “백인의 짐 (the white man’s burden)” 아닌가. 인도는 사회 역사 구조적으로 스스로 깨우쳐 계몽의 단계에 이를 가망이 없기 때문에, 영국이 그 계몽의 씨앗을 심어주어야 하는 인류애(?)적 사명을 띤다는 말이다.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는 항상 백인이, 서구 문명이 아닌 어떤 문화의 공동체와 조우하고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부조리와 비합리성에 맞서 싸우거나 그 공동체의 일원들을 계몽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Roland Joffé의 다른 작품인 The Mission (1986)이나, The Last Samurai (2003), 혹은 Avatar (2009) 등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본인 역시 자유주의자이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The truth will set you free)”는 말마따나 인간 이성에 의한 자유와 진보의 가능성을 믿는다. 하지만 그 형태가 오로지 서구적 전통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오만에 불과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충직한 “후원자”로서 대영제국이 인도에 이룩한 근대와 계몽의 유산은 색이 바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목격한 영화 속의 인도는 계몽의 씨앗을 발현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로 진보한 것인가? 그런데 영화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Hasari가 결국 죽은 대부를 이어 그 권력을 이어받은 망나니 Ashok에 대항하여 칼에 찔리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는 자유와 저항의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자기 딸 Amrita의 결혼식을 위해 노력하는 등 전통의 삶을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국 Edmund Burke가 말했던 역사적으로 제도와 문화 등에 내재되어 온 귀납적 지혜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폭정에 대한 억압과 갈등의 해결이 프랑스 대혁명이나 볼셰비키 혁명과 같은 “맞서 싸움”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연역적 이성의 독재를 용인하면 안 된다. 따라서 겉으로 비참해 보이는 City of Joy의 삶은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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