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 This Will Be The Day That I Die.

MuzeWeek/Editorial 2007. 11. 30. 15:50

You don't even get to be a memory..

내가 지금 쓰는 컴퓨터를 2003년 2월에 산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폴더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My Music 폴더다. (C:가 아닌 X:에 있긴 하지만.) 글쎄, 처음 시작했을 때야 메신저에서 받은 mp3들 몇몇개 들어있고, 대부분의 음악은 다 CD나 MD의 형태로 가지고 있었으니.. 그러나 언젠가부터 폴더가 빵빵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앨범 통째로 있는 mp3들은 폴더 이름 앞에 [ALB]을, ost나 영화, 애니 관련 음악은 [OST]로 구분했는데...이젠 그 폴더들이 수백개가 넘어 괜히 붙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기억에 2004년도 당시만해도 My Music 폴더가 5GB도 채 안되는 용량이었는데, 지금[각주:1] 찍어보니, 전체 용량 24.4GB, 폴더 수 675개, 파일 수 6,573개란다. 물론 iPod를 사고나서부터 CD로 가지고 있던 음악들을 전부 mp3로 바꿔서 늘은 감도 없지 않아 있긴 한데, 폴더 675;; 중간 관리계층(?)을 감안한다해도 얼추 500~600개 남짓한 앨범이 있다는 얘기 같다. 결론은, 이걸 어느 세월에 한꺼번에 다 듣니 =ㅅ=;;;


그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자주 듣던 음악들로만 골라서 통째로 리스트에 넣어놓고 듣고 있다.) 듣다보면 예전에는 미치게 좋아하던 노래인데 요즘은 까먹고 안듣고 있던 곡들도 나오고, 물론 뭐 그냥 그저 그런 것들도 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내가 이 수 많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음악은 메세지인 동시에 백그라운드 레이어(background layer)다.
맘에 안 들면 걷어낼 수는 있지만, 한번 인식한 이상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수십년이 흐르고 언젠가 내가 지금 듣던 음악들을 기억해낼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이미 그 음악들은 나를 형성하는 부속품이기에..

이 음악들은 내 인생의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한 부분을 차지하고 형성해나가던 젊음의 퍼즐이었다고,
내가 더 이상 나를 기억할 수 없게 될 때
내가 영혼을 팔았던 음악들을 들으면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평온을 찾을 나 자신을 상상해본다.

음악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하나하나 전부 다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알고 있으니까.
언젠가 미치듯이 세월이 흘러, 더이상 지금의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슬퍼하지 않으리라.

Free spirits die hard.
  1. 본 포스트는 2007년 3월 28일 작성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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