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ou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

MuzeWeek/Culture 2008. 3. 1. 22:10

헬게이트 : 런던이 스톤헨지 연대기(The Stonehenge Chronicles)를 미끼 삼아 2월 22일 유료화에 들어가기 며칠 전, 아마 유료화 공식 발표도 나기 전 (거의 직전) 쯤에 Μųźёноliс은 발동이 걸렸다. 무슨 발동? 뭐..소위 '그 분이 오셨다'고 해야 할까. 사실 별 생각 없이 yes24를 뒤적거리던 중,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색어로 hellgate를 넣어보았다. 그랬더니 웬걸, 한빛소프트의 광고에 의하면 이미 예약판매로 매진이 되었어야 할 헬게이트 : 런던 한정판 패키지가 아직도 충분한 수량(?)을 자랑하며 판매중이 아닌가.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한정판'이라고 이름 붙여진 'Collector's Edition'이 매진이 안 된건 이상하다고 봐줄 수 있지만, 그보다 3,0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되는 일반 패키지(그래도 4만원은 넘는다.)는 매진이 된다는게 웃기는 일이긴 하다. 애시당초에 빌로퍼는 헬게이트 : 런던을 디아블로와 같은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그걸 우리 욕심 많은 한빛소프트=ㅅ=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굳히겠답시고 패키지로서는 홍보를 거의 안 한 것 뿐이지.

오오..할아버지..오오..

하여간 질렀다.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싱글 플레이가 해보고 싶었다. (...냅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한번 치트오매틱으로 돌려보고 싶었다능.) 그렇게 주문을 넣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유료화 발표가 났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냥 가끔 생각나면 싱글이나 들어가서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런데 막상 패키지를 받고 보니, 다른 내용물을 다 제치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Hellgate : London Comic(by Ian Edginton & Steve Pugh)이라는 놈. 아마 북미에서 그래픽 노블로 4권 정도로 발매된 것을, Collector's Edition에 친절하게도 다 묶어 새로 제본하여 넣어준 것 같다. (즉, 일반 패키지에는 없다.) 몇년 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코딱지만한 책에 뭔가 컬러풀하게 사진 많이 들어가 있는 팜플렛 수준의 교양서? 적어도 난 그렇게 정의한다. 얄팍한 현대인들을 위한 다채로운 간식거리.)들과 비슷한 사이즈다. 면적은 B6정도(i.e.B5용지의 절반)에 두께는 대충 4mm정도 되는 것 같고, 애시당초에 A4지 면적으로 발매된 코믹이다보니 이놈으로 보려면 무지 눈 아프다. 옆에 보이는 놈이 바로 헬게이트 코믹의 앞표지이자, 총 4권으로 되었던 원래 코믹 중 1권의 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마 헬게이트 : 런던의 오프닝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겠지만, 꼬꼬마 제시카가 다 커서(?) 자기 할아버지가 그려진 벽화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바로 그 벽화가 저 그림이다. (물론 동영상에서는 퀄리티가 뭉개져버렸던 것 같지만.) 그럼 도대체 이 만화책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스포일러성이라고 미리 밝혀두고 싶긴 하지만, 뭐 워낙에 내용이 없다보니 =ㅅ=;; 더군다나 굳이 이 만화를 구해다 보려고 노력하실 분들도 없을 듯 하니 그냥 진행하기로 하겠다.

WARNING!
그래도 일단 내용을 다루니 혹시라도 감상할 계획이 있다면 백스페이스.



Part 1의 내용은 게임 오프닝 동영상과 같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오프닝 동영상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해준달까? 오프닝 동영상에서 보면, 뜬금없이 웬 할아버지 템플러 한 명이랑, 옆에 헌터 처자 한 명, 그리고 뒤에 꼬꼬마가 앉아서 어디론가 도망가는 내용이 나오는데, 우린 도대체 얘네가 누군지 =ㅅ=;; 왜 도망가는지 알 방도가 없다. (적어도 동영상만 봐서는) 물론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헬게이트 : 런던의 시대관에 있어 이 부분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한빛 소프트에서 공식홈에 스토리랍시고 올려놓은 것들을 읽어봐서는 도통 무슨 소린지 =ㅅ=;;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리는데, 코믹을 보고나면 걔네가 왜 그런 글을 써놨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만화는 패트릭 서머라일 경(Lord Patrick Sumerisle)이 직장을 때려치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을 라이라 다리우스 소령(Major Lyra Darius)이 추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머라일 경의 직장은 간지나게도 영국 수상 관저다. (i.e. 서머라일 경이 영국 수상인데, 사퇴하고 어디론가 도망가는 중이라는 얘기.) 라이라 다리우스는 MI-5[각주:1]의 요원으로써, 서머라일 수상에게 배치된 아줌마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머라일을 뒤쫒던 다리우스는 뜬금없이 실종된 서머라일 경의 손녀 제시카 서머라일(Jessica Sumerisle)이 변태 촉수 괴물에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괴물을 처치하고 제시카를 구출해 나가려는 찰나, 어느 마을로 귀환을 타서 옷을 갈아 입었는지 간지나는 템플러 갑옷을 걸치고 나타난 서머라일 경과 그의 일당들이 그 광경을 보게 된다. 그렇게 템플 기사단(Knights Templar)과 조우한 다리우스는 그들로부터 런던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들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고 (뭐, 별 거 없다. 한 마디로, 헬게이트가 열렸다!는 거지혀;;) 런던의 미로같은 지하철 노선을 이용해 형성된 레지스탕스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러다 우리 주인공들의 거점이 노출되게 되고, 험비에 올라 타 거점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 이후는 오프닝 동영상의 내용으로 이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전투차량에 올라 템플 교회로의 이동을 감행하던 도중 악마들의 공격을 받고, 다리우스와 제시카를 이름 없이 죽어간(=ㅅ=.../애도) 카발리스트에게 인도한 서머라일 경은 헬게이트에의 총공격을 위해 저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프닝 동영상을 보면 무명의 카발리스트를 뜯어드시며 강력한 포스를 풍기는 보스급 악마 한놈과 다리우스가 피터지게 싸우는 것을 보게 되는데, 물론 그 후 다리우스가 어찌 되었는지 동영상은 보여주지 않지만, 우리는 educated guess를 통해 '당연히 뒤졌겠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액트4를 완료하고 리버풀 거리 역에 도달해보면, "...은(는) 훼이크고!"를 외치며 당당하게 살아계시더란 말이다. (참고로, 헬게이트 코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액트5의 리버풀 거리 역에 구현이 되어있다.) 하여간 이 에피소드는 왜 중요한가 하면, 디아블로는 때려잡아야 되는 '악마'가 주인공이었다면, 어찌 된게 헬게이트 세계관에서 디아블로의 위치에 있는 '시도나이'[각주:2]는 알고보니 쪼렙이지 않은가. 헬게이트의 주인공은 '제시카 서머라일'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주인공은 '브로커'였다!는 소수설이 존재하지만, 일단 패스.) 패트릭 서머라일이 헬게이트로 맨 땅에 헤딩하러 간 것이 2020년의 이야기고, 제시카 서머라일이 "죽은 이를 기억하며,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싸우자!"(Honou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각주:3]며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는 것이 바로 18년 후인 2038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헬게이트 : 런던의 전체 지도. 역시 한정판 패키지에 들어 있다.

아무튼 그렇게 파트2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쪼렙 3인 파티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 주인공은 역시 빠질 수 없는 제시카 서머라일(템플러)과 시커 크로우(Seeker Crowe : 카발리스트), 사울 패트러스(Saul Patrus : 데몬 헌터)가 되겠다. 아마 맨 마지막 인물은, '전투요원 패트러스'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화기류에 자기 어록[각주:4]을 남긴 초난감한 아저씨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시커 크로우와 사울 패트러스 역시 리버풀 거리 역(위의 지도 참조. Liverpool Street Station)에서 NPC로 등장한다. 문제는 통로에 뻘쭘하게 혼자 서 있는 '틴달'이라는 인물인데, 이 역시 헬게이트 코믹에 등장한다. 하지만 호칭이 High Lord Tyndall이고, 이후 등장하는 장면들의 포스를 보아할 때 단순히 퀘스트나 주고마는 쪼렙 NPC가 아닌, 오히려 제시카 서머라일이 팔짱끼고 서 있는 '상석'에 있어야 맞을 인물이다. 헬게이트 코믹에서의 설정으로는 사실상, '총통'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은 잔류 인류의 총사령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 사령관 틴달 아저씨에게 '자외선을 비추면 드러나는 비밀 지도'에 대한 보고가 들어가고, 그 지도에 바로 우리 꼬꼬마 3명을 가리키는 표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디선가 짱박혀 편한 군생활을 보내고 있던 3명은 졸지에 불려가 수색대로 재편되게 되...는건 아니고 여하튼 그 지도를 따라 시길의 비밀(Secret of Sigil)이 적혀 있다는 책을 찾아나서게 된다. 꼬꼬마 반지 원정대 리메이크라고 보면 될까? 아무튼 제시카와 크로우는 여자고, 패트러스는 이 둘에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능글맞은 군바리(마치 배트맨과 로빈에서 로빈 역할 하면 딱 일 것 같달까)쯤으로 그려진다. 아무튼 이 개념 없는 쪼렙 파티는 무작정 지구를 뚫고 땅 속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책을 찾아나오는데, 헌터들의 사령관인 와이번(Commander Wyvern)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책을 훔쳐 세인트 폴 성당의 루시퍼에게 찾아간다.[각주:5]

그러나 와이번은 루시퍼에게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없었고, 루시퍼는 분노한 교수의 F학점 크리를 날린다. 그러던 도중 책의 갈라진 표지에 숨어 있던 '지식의 나무 씨앗'[각주:6]이 와이번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맛있는(?) 영양분을 공급받아 순식간에 지식의 열매를 맺게 된다. 루시퍼가 이 열매를 살펴보는 절체절명의 순간 3인 파티에 저격 소총을 가져온 개념없는 전투요원 패트러스씨가 조준 크리를 날리게 된다. 일단 열매는 날려버렸지만 어그로를 잔뜩 먹은 꼬꼬마 3인 파티는 인던 입구를 향해 도망을 치다 온 동네에서 다 몰려온 악마들에게 몰매를 맞게 되고, 그렇게 인생 리셋을 앞에 둔 3인은 어찌 알았는지 마중을 나온 틴달의 지원군에게 구출되어 무사히 귀환을 타게 된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렇게 헬게이트 코믹의 마지막 편, part 4까지 대충의 스토리를 모두 확인해본 셈이다. (...죽다 살아났으면 착하게 살지는 못할 망정, 뺑뺑이 퀘스트로 유저들을 등쳐먹으며 잘 살고 있는 듯.)

헬게이트 코믹의 의의는, 뭔가 뜬금없는 배경 스토리의 진행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아마 공식홈에 나온 스토리 라인을 읽어보면, 카발리스트 팩션과 협력하는 것을 헌터 팩션(영문으로는 그냥 Hunter가 아닌 Demon Hunter다.)에서 꺼렸다는 얘기가 언급이 되는데, 이는 바로 헌터 사령관이었던 Wyvern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이번은 part 2의 작전회의에서 마치 '보수 꼴통 육군 중장'급의 포스를 풍기며 카발리스트들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는데, 공식홈에는 이를 두고 그렇게 작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간, 처음 예상보다는 굉장히 많은 배경 스토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소설도 1권은 이미 발매되었고, 2권은 예정대로라면 2월 말에 발매가 되었어야 하는데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아직 해리포터 7권도, 일리움도 못 읽었는데 헬게이트 소설 따위 읽을 시간이 있을리가 =ㅅ=;;)

하여간 참, 헬게이트 세계관은 굉장히 '절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래 희망이든 영웅이든, 절망과 어둠이 크면 클수록 그 빛이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뭐, 런던이 박살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손가락 빨고 있나혀 하는 별 의미 없는 질문은 제껴두고라도, 실제로 세상에 apocalypse가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 살아남는다면, 실제로 "Honou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이라 외칠 수 있을까. 아니면 Wyvern처럼 새로운 질서에 종속되길 원할까. 만약 당신이 그 위치에 있다면, 당신은 영웅이 될 수 있는가. 영웅주의란 별 것이 아니다. 그건 세상에서 매도되는 것처럼 개념 없는 음모론에 불과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굉장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끝에서 내가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 그렇게 함으로서 존재의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것. 그건 모든 인류의 삶이 아닌가. 패트릭 서머라일이 중얼거리던 "Yea, Though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will fear no evil."[각주:7]이란 구절이 떠오르는 밤이다.

For the living!
  1.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MI-6와 더불어 대영제국의 보안을 담당하는 정보국 부서이다. MI는 Military Intelligence의 줄임말. 즉, MI-5란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의 뜻이 되겠다. 링크를 타고 넘어가 훑어보면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MI-5는 미국의 NSA, MI-6는 CIA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MI-5는 국가 내부의 안보 및 초계와 요직의 간부들의 경호 등을 담당하고, MI-6는 외쿡에서 007놀이 하러 다닌다는 얘기다. [본문으로]
  2. 아마 영문으로 Sydonai일텐데, 이는 아스모다이(Asmodai)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악마(사실 안 그런 악마가 있던가? =ㅅ=) 중 하나인데, 내 짧은 히브리어에 대한 지식으로 유추를 해보면, Sydonai는 Adonai의 반대어로 생긴게 아닐까 싶다. 아도나이란 히브리어로 '주(Lord)'라는 뜻이고, 쉽게 말해 하나님을 지칭한다. 그러니 Sydonai란 여기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anti-christ의 느낌이랄까. 물론, 학문적 근거는 없습니다. ㄳ [본문으로]
  3. 한빛소프트는 이 부분을 '인류를 위하여!'라고 번역했지만 뭔가 쵸큼 뉘앙스가 다르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깃발 꽂을 때나 인류를 위하여!라고 하는거 아닌가? For The Horde, Lok-tar도 아니고 말입니다. [본문으로]
  4. "난 그 날 아침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고, 대포에 내 몸을 묶고 전장으로 향했다."라든가, "원샷, 원킬"이라든가. [본문으로]
  5. 루시퍼라는 말은 단 한 군데서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코믹에서 와이번이 인용한 문구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는 부분이다. "It is better to reign in hell, than serve in heaven." (천국에서 섬기는 위치에 있는 것보다, 지옥을 다스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 와이번이 세인트 폴 성당에서 조우하는 막보스 악마는 시도나이가 아니니, 루시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마 헬게이트 코믹의 스토리가 진행된 후, 그 루시퍼는 '머머'라는 역할로 게임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본문으로]
  6. 일단은 '선악과 나무'라고 보면 된다. 이브가 아담에게 꼬리를 쳐 먹게 했다는 그 선악과다. 루시퍼가 선악과를 굳이 갖고 싶어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지지만, 아무튼 그냥 대충 그런 설정이니 넘어가자. [본문으로]
  7. 그 유명한 시편 23장 4절이다. "내가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악을 두려워 하지 않음은 주께서 함께 하심이라." 사실 이 정도 되면 cliché도 이런 수준의 것이 또 없을 정도. 헐리웃 센스인가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