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ough The Looking Glass

MuzeWeek/Editorial 2008. 4. 13. 17:12
가끔 세상을 살다보면, 한없이 역겨운 사람들이 있다. 머리에 든 건 사실 별로 없으면서 자신의 지식을 뽐내려한다든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만과 독단에 빠져 자신의 세계 이외의 것은 모두 폄하한다든가,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준다든가 등등등. 여러가지 있을테니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류의 인간상을 한번 상정해보자. 비열하고 간사하고, 꿈에 나타날까 두려운 캐릭터를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대한 이런 캐릭터에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 멈춰서 돌아보면 그다지 거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혐오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와는 별개로, 너무나도 가까이 있음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평소에 민폐를 끼치면 안 되는 것이다. 자신 뿐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모든 개체의 무의식에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 지인들 역시 성인군자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정말 한없이 오만하고 개념 없는 이들이 많다. 내가 이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언젠가는 그들의 눈을 뜨게 하고 좀 더 나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끔 돕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리고 꽤 오래 전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바로 나 역시도 오만하고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난 도대체 어느새 내가 혐오하는 인간상의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 것일까. 내가 법학에 등을 돌리기 이전, 수많은 법학서를 보며 쉬운 현상을 현학적인 말들로 범벅을 해놓은 쓰레기라고 욕하곤 했다. 하지만 내 글들은 어떠한가?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절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은 쓰지 못했다. 또한, 나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정보를 접하지 않고 자신의 믿음과 불일치하면 차단해버리거나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반박을 하려는 이들을 혐오했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의 아버지였던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점점 조소적이 되어가고, 모든 것을 첫대면부터 부정적으로 보게 되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 인생의 모든 노력을, 그 반대를 위해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젠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평생을 닮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던 안티히어로(Anti-Hero)들의 성질을 자신이 그대로 발현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좌절시키기 충분할 것 아닌가. 그들이 어지럽힌 이 세상을 바로잡겠다던 내 다짐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인가.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 내 숨이 멎는 그 날까지 한다해도 과연 변화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없는 내가 부끄럽다. 하지만 한 가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내 어린시절의 업보로 인해 수많은 안티히어로들이 내 인생을 구속해 나갈테니, 한시라도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내가 선하고 고결하기 때문에 세상을 질타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역겨운 인간이지만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 사실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 am just another fool, and I have to keep telling myself that
I am just a hypocrite, and I have to keep calling you one.

나는 또 한명의 바보에 지나지 않아요.
내 자신이 위선자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하죠.
그리고 끊임없이 당신도 위선자일 뿐이라고 말할거예요.
from the song [Violins] by Yellowcard.

아마 내 인생의 마무리에 접어들어 지금 이 때를 다시 되돌아볼 때, 그 때만은, 그 때의 마음에만은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아마도 있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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