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Chinese?

MuzeWeek/Politics & Social 2008. 5. 15. 12:12

음...내가 요즘 사회적 이슈들에 관해 포스팅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질려버렸기도 했지만) 예전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탈레반 피랍 사건 이후 한국인들이 그다지 내 사고방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조금 지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리고 쓰촨성 대지진으로 열기가 좀 식었기 때문에 이전 성화봉송 시위 폭력 사건에 대한 코멘트를 해보기로 하였다. 바로 이어질 포스트에서는 사실상 현재 한국의 최대 이슈인, 광우병 / 10대 2.0세대 촛불시위 / 20대까 등에 대해 다루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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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8년 4월 27일 성화봉송 시위 폭력 사건이다. 어쩌면 여기선 당연한 말들만 하다 넘어갈 수도 있겠다. 예전에 국제관계론 수업을 들을 당시, 김명섭 교수님이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자신이 빠리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꽤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가 몇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을 시간이 흘러 국제 컨퍼런스 등지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술도 한잔씩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동북아 공동체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한명이 "We Chinese must stick together."(우리 중국인들이 뭉쳐야해.)라며 어깨동무를 하더라는 것이다. (들은지 몇년 지난 이야기라 정확한 구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저런 취지의 말이었다.) 그 순간 김명섭 교수는 눈이 번뜩 뜨였다고 한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그리고 나름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들이 자신을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북아 공동체, 아니 더 크게 아시아 전체를 중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단지 술김에 나온 실수인가? 아니면 무의식중에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항상 설마 설마 해왔다.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교를 정상화했고, 함께 일본에 유린되었던 역사를 추도해왔고, 물론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서지만 교류도 활발해졌다. 물론 한중일 3국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멸시하고, 경계하며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행태가 만연해있지만, 그래도 최근 몇년간 대외적으로는 같은 동북아 공동체로서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기에 적어도 우리는 중국 시위대의 이와 같은 만행은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러리라 믿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사회주의 지배권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18~19세기로부터 변한 것이 없다. 그들은 여전히 중화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고,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없었던 까닭은 그들의 사회주의 정부와 미국의 패권주의 덕이다. 하지만 같은 패권을 쥐고 있다고 쳤을 때, 이런 사고방식대로라면 이미 한국은 합병되고도 남았을 것 아닌가. 한국이 그들에게 있어 티베트와 다른 점이 무엇이 있나? 한국인들은 또 다른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어쩌다보니 중국까 글이 되어버렸는데, 오해는 하지 말자. 본인은 중국을 '싫어하지' 않는다. (한문이면 모를까 ^^) 단지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중화주의를 비판하고,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며, 제발 이젠 '눈을 떠주길' 바라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갈 수 있으려면, 그 방법은 합병과 억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중국을 공격하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올림픽을 방패삼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도 잘못된 것이다.

끝으로 최근 발생한 쓰촨성 지진으로 인한 대참사를 추모합니다. 인간의 목숨이란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와 어떤 관계인가를 떠나 언제나 숭고한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