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 (2008) : The Dream.
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놈은 슬픈 꿈을, 나쁜 놈은 무서운 꿈을, 이상한 놈은 달콤한 꿈을 꿉니다. 김지운 감독은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감독을 통해 영화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닥 상관이 없군요. 아마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을 이야기함에 있어 끊이지 않는 화두가 되어버린 듯 한 이른바 서사의 부재에 골몰해 있는 것 대신, 그들의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라는 모티프는 어떻습니까. 엄격히 말해 놈놈놈(2008)에 서사가 부재하다고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분명 투박한 감이 있고, 각본상을 탈만큼 정교하지 않지만 꽤 흥미로운 서사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구조가 다수의 관객들이 납득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울 다름입니다.
놈놈놈(2008)에는 분명 개연성이 부족해보이는 씬들도 많고, 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나 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과도한 편집의 결과나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고 단정해버리기 전에, 의도성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감독은 이런 여기 저기 매듭이 풀려 있는 어떻게 보면 짜증날 수도 있는 이런 스토리의 구도를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냐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그 답은 yes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모태가 되었다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를 감상할 기회가 없었기에 그 유사성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분명 감독이 의도한 결과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전작이 한국형 느와르라고 불렸던 달콤한 인생(2005)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 대답은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위 '투박한 전개'는 No Country for Old Men(2007)쪽이 더욱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니 충분히 허용가능한 선일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놈놈놈(2008)은 이러한 의도된 투박함으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요?
Beyond slings and arrows raining on your mind..
아무리 웨스턴 액션의 형식을 땄다지만, 느와르의 느낌이 아주 강렬합니다. 느와르 특유의 생명의 사소함 혹은 허무한 죽음이라는 요소 역시 빠지지 않았구요. (중간에 이른바 '할매 개그'는 그 요소를 역이용한 것이었지만요.) 허무한 죽음이란 서사적 요소로 따지면 매듭지지 않은 끝(loose ends)에 불과합니다. 느와르라는 장르는 그 수많은 까칠까칠한 끝을 밟고 진행하는 식이죠. 여기에 놈놈놈(2008)은 죽음 이전에 허무한 인생이라는 요소 역시 첨가합니다. 보통 인생이 허무하다고 할 때는 그 죽음이 너무 쉽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 죽음 이전의 과정 자체도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영화나 소설의 전개가 치밀한 개연성을 지니는 것을 너무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인생이란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예고없이 닥쳐오는 일들도 있고, 뜬금없이 사라져버리는 사람들,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잊혀져가는 것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놈놈놈(2008)에는 정말 극의 전개적 측면에서 보면 쓸데없는 인물들이나 장면들이 꽤나 등장하죠. 이런 loose ends(풀린 매듭)를 물론 모두 처리해주고 지나가면 관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그냥 놔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달콤한 인생(2005)과 놈놈놈(2008)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김지운 감독은 이런 방법론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칸느 영화제의 포스터.
이러한 구도를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놈놈놈(2008)이 달콤한 인생(2005)에 대한 오마쥬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감독이 실제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Muzeholic의 단순한 추측인지는 알 방도가 없지만 말이죠. 그것이 무서운 꿈이든, 슬픈 꿈이든, 달콤한 꿈이든 딱히 마지막에 가서 '성취되었다'고 할만한 꿈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줄창 이야기한 loose ends라는 형태는, 바로 영화 전반을 뚫고 있는 이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라는 주제를 극의 형식으로 변환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쉽게 말해 이리저리 투박하게 잘려 있는 서사의 진행은, 그들의 끝맺음되지 않는 쫓고 쫓김과 닮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감독이 이것을 100% 의도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관객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거친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이 아쉽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뭐 나쁘지 않았달까요.
If we don't make it alive..
One is for envy and one just for spite
The cuts in my heart, they show in your eyes
It don't make it better
Twisting knife that turns by itself onto someone else
한방은 질투를 위해, 한방은 그냥 분풀이로
내 가슴에 난 상처가 네 눈에 비춰지고 있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아
누군가에게 칼을 돌려봤자..
Your self liberation will leave this behind
Beyond slings and arrows raining on your mind
You'll make it better
Shake it off, it never mattered anyway
스스로 자유로와진다면 이 모든 건 잊혀질거야
네 마음 속에 비처럼 내리꽂는 온갖 돌과 화살 너머로
넌 해낼 수 있어
떨쳐버려, 어차피 별 상관 없는 것들이니까
If we don't make it alive
It's a hell of a good day to die.
만약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죽기에 꽤 좋은 날 아닌가
All our light that shines strong
Only lasts for so long.
우리를 향해 강렬히 비추는 빛도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거니까
And it's ashes to ashes again
Should we even try to pretend?
또 결국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어
신경쓰는 척이라도 해야 되나?
All our light that shines strong
Only lasts for so long.
우릴 향해 강렬히 비추는 빛도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있어
The banner you're waving is burning in red
It's blocking sunlight that shines overhead
니가 흔들고 있는 그 깃발은 빨갛게 불타
머리위의 햇빛까지 막아버리고 있어
You against the world
Diamonds and pearls
Voices inside you churn
Watch the city burn
너와 세상의 대결이야
다이아몬드와 진주들
내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도시가 불타는 것을 봐
...
The banner you're waving is burning red
니가 흔들고 있는 그 깃발은 빨갛게 불타고 있어
You against the world
너와 세상의 대결이야
Diamonds and pearls
다이아몬드와 진주들
It never mattered anyway
어차피 다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야
It's a hell of a good day to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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