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Watches The Watchmen?
Original cover.
실제로 이 작품은 1986년부터 1987년 사이의 연재물이기 때문에 시대 배경 역시 1985년 현재로 잡혀 있다. George Orwell의 1984를 염두해둔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분명 유사한 모티프들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애시당초에 Watchmen이라는 컨셉 자체가 Big Brother와 닮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이 그래픽 노블은 1984와 다르게, 이미 절반을 읽기도 전에 당신의 몸을 전율시키는 그런 슬픈 작품이니까. 일단, 원활한 리뷰의 진행을 위해 간단한 시놉시스 겸 제공되는 소개글을 가져와보겠다. (딱히 스포일러는 아니니 마음편히 읽어보기 바란다. 참고로 Watchmen은 300의 감독으로 유명해진 Zack Snyder에 의해 영화 제작 단계에 있다.)
Watchmen, the movie's on the way.
1985년 10월, 예전 미국을 위해 싸우던 영웅 중 하나인 코미디언(Comedian)이 빌딩 옥상에서 잔혹하게 던져진다. 미국이 나치 혹은 공산주의자들과 싸울 때,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싸울 때 미국을 위해 싸우던 초영웅들은 이제 그 전쟁들이 끝나자 국가의 관리 하에 들어간다. 법에 구애받지 않고 악당을 처단하는 행위(비질란티즘 : Vigilantism)는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많은 초영웅들은 국가의 관리 하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지만, 결코 악당을 처단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몇 안되는 남은 영웅중 하나인 로어셰크(Rorschach)는 코미디언의 죽음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낌새를 챈다. 결국 그는 독자적으로 그것을 수사하기 시작하며, 예전에 자기와 함께 싸웠던 영웅들을 찾아다니는데... 1
Watchmen Cast.
참고로 TV 시리즈 Heroes의 시즌1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과의 연관성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연관성을 여기서 나열하는 것이야 말로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들어가지 않겠지만, Heroes의 1시즌은 Watchmen에 대한 꽤 흥미로운 오마쥬임에 틀림이 없다. Watchmen은 1980년대에 들어 몰락해버린 히어로들의 세계를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는 70-8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생명선이 2000년대에 들어서도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시당초에 배경이 일종의 평행 우주(parallel universe) 속 80년대 미국이기에 연관성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이찌되었든 알란 무어가 상상했던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Heroes는 오히려 Watchmen을 조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86년 이후 모든 히어로물은 Watchmen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다만 그 미칠 것 같은 어둠과 불편한 진실을,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무리 없을 정도로 여과시킬 뿐.
Blake understood. Treated it like a joke, but he understood. He saw the cracks in society, saw the little men in masks trying to hold it together... He saw the true face of the twentieth century and choose to become a reflection, a parody of it. No one else saw the joke. That's why he was lonely. Heard joke once : Man goes to doctor, says he's depressed, says life seems harsh and cruel, says he feels all alone in a threatening world where what lies ahead is vague and uncertain. Doctor says "Treatment is simple. Great clown Pagliacci is in town tonight. Go and see him. That should pick you up." Man bursts into tears, says "But, doctor... I am Pagliacci."
블레이크(The Comedian의 본명)는 이해했다. 농담처럼 여겼지만, 그래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이 사회의 균열을 보았고, 그것을 붙잡고 있으려 노력하는 마스크 뒤의 소인배들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가면 벗은 20세기의 맨 얼굴을 보았고, 그것을 반영하는 패러디가 되고자 했다. 아무도 그 조크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뿐. 그래서 그는 그렇게 외로웠던 것이다. 한번 이런 농담을 들은 적이 있었지 : 한 남자가 의사를 찾아가서, 우울하다고 했어. 인생이 너무 힙겹고 잔인하다고. 앞이 전부 흐릿하고 불확실한 이 위험한 세상 속에 자기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말야. 그러자 의사가 말하길,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오늘밤 파글리아치라는 유명한 광대가 마침 이 마을에 왔거든요. 그를 만나면 분명 기분이 좋아질겁니다."
남자는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의사 선생...내가 파글리아치라니까."
The Comedian.
Silk Spectre.
오늘도 사회의 안정과 시민들의 안녕을 위한다는 세계 정치의 위선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잘난 '야경꾼'님들은 누가 감시해주는가에 있다. 아무도 없다. 그게 위선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하기 힘든 현대인들은 이미, 그들이 약속하는 거짓 유토피아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꿰뚫어볼 존재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 가면을 벗겨낼 용기가 있는 자들이 21세기의 히어로가 되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제로 요즘의 히어로물들을 보면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Muzeholic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아메리칸 조크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영웅주의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반복했던 단 한마디. "우리가 히어로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Alan Moore의 예견처럼, 세상은 이제 더이상 히어로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Watchmen 작품 속에 포스트모더니즘적 형식을 차용해 등장하는 Tales of the Black Freighter처럼 자신의 심리적 안녕을 포기하고 끊임없이 발버둥 쳐 얻은 결과가 최악의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히어로들의 좌절스러운 위선이 결국 현대 사회를 멸망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에 열광한다. 그건 어쩌면 그들의 정신적 연약함 속에서, 인간적 오류 속에서 우리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현대인들은 삶에 치이면서도 자신 안의 히어로를 키워나간다. 스스로 야경꾼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야경꾼들의 위선을 판단해내기 위해서. 보통의 경우 사실이라고 해서, 히어로의 역할이 야경꾼(watchmen)으로만 규정될 필요는 없다. 정치적인 견해가 어떻든, 자신의 심리적 상태가 어떻든 상관없이 이 세계에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노력하는 행위, 그 자체가 Heroism을 정의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필자는, 사회를 패러디하는 슬픈 광대로의 발걸음을 한 발 더 딛는 셈이다.
The Newsstand.
- Yes24의 Watchmen 책 소개 [본문으로]
- 이는 필자의 짧은 지식과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엮은 결과이고, 실제 모델로 삼은 히어로들은 전혀 다르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해당 하이퍼링크를 참조하기 바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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