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 (2002) : Can You Feel?
우리는 이제껏 수없이 많은 영화를 봐왔고, 그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형태의 디스토피아를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에서도, Equilibrium (2002)보다 더 철저하고 극악한 것은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Ultraviolet (2006)도 그랬듯이, Kurt Wimmer의 작품들은 보통 Gun Kata에서 기인하는 스타일리쉬한 액션성, 영상미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놓고는 흥행도 못한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일까.) 하지만 그는 이 영화로 데뷔를 하기 이전 12년간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꽤 내공있는 감독이다. (1995년도에 One Tough Bastard라는 영화를 감독하긴 했지만 중간쯤 짤렸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항상 이퀼리브리엄을 두고 자신의 데뷔작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1The Matrix Trilogy와 많이 비교되고는 하는데, 엄격히 말하면 전혀 다른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공통점이 있다면 레지스탕스, 그리고 멋진 액션 정도? 그 이외에는 전혀 겹치는 부분이 없다. (저 요소들이 꽤 중요하긴 하다만.)
Equilibrium (2002)
bullet in a bible..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하지만 난 가난해서, 가진건 꿈 밖에 없으니
내 꿈들을 당신의 발자락에 펼쳐 두어요
너무 세게 밟진 말아주세요, 당신이 밟는건 내 꿈이니까요.
이 구절은 꽤 cliché가 되긴 했고, 영미권 이외의 관객들에게는 효과가 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꽤 훌륭한 장치로 작용했음은 틀림이 없다. 이 시구가 불러일으키는 감성, 애틋함 혹은 애절함의 이미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Preston의 발자락 밑에 놓여져, 결국 관객들에게만 흘러들어가게 된다. 특히 dream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진보를 위해 감정을 포기한 리브리아라는 곳은 결국 꿈을 꾸지 않는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인류의 3이상(ideal)을 말하지만, 그것이 꿈(dream)과 불과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비전(vision)이 없다는 이야기고, 그런 사회에 미래란 있을 수 없으니까. (물론 완벽하게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한다는 자체부터가 허구지만.)
John Preston, a Grammaton Cleric.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명제를 끌어낼 수가 있다. "감정은 저항의 도구다." 비슷한 세력의 집단 간의 충돌에서라면 '감정'이 불필요한 갈등을 고조하는 위험한 매개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저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권력과 그에 맞서는 레지스탕스의 싸움이라면 그 역할이 달라진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갈등 없는 유토피아'를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그것은 '갈등'이 아닌 '저항'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왜 영화에서 레지스탕스의 리더가 John Preston에게 "약물 제조 공장만 날릴 수 있다면,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겠는가. 감정을 억압하는 족쇄가 풀려버린다면 (물론 그런 족쇄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 그 폭발력은 하나의 정부, 혹은 군대가 통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단순히 체제 전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독재 정권에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sabotage(파괴 공작)가 아니라는 뜻이다. V for Vendetta (2006)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저항이었다면, Equilibrium (2002)은 철저하게 인간 본연의 것, 그 누구도 억제할 수는 있어도 삭제할 수는 없는 것을 되살리기 위한 저항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싸움보다도 더 비현실적으로 숙연했는지 모른다.
이 영화의 세계관이 왜 무서운가 하면, 실제로 감정이 억제된 상태라면 그 괴리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매트릭스에 종속된 인간이 그것이 매트릭스임을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Prozium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인류의 미래가 거대한 전체주의 사회 Libria로 종결된다면 그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물론 그 사회는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기에 분명 언젠가는 몰락할 것이다. 단 하나의 실수에 의해, 사소한 일부분의 균열에 의해 모든 시스템이 와해되겠지.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그 안에 속한 개인으로서 어떤 감정에의 권리도 박탈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어쩔거냔 말이다. 그런 유산은 절대로 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without anger...
"...without love, without anger, without sorrow..
Breath is just a clock ticking."
"사랑이 없다면, 증오가 없다면, 슬픔이 없다면...
숨을 쉰다는건 그냥 시계침이 움직이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 Equilibrium (2002), 등장인물 Mary의 대사.
...without love...
'MuzeWeek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yes Wide Shut (1999) : A Dream Story. (8) | 2008.09.22 |
---|---|
Mamma Mia! (2008) : How Could I Resist Ya. (20) | 2008.09.08 |
MuzeWeek Culture : 리뷰의 궁극오의 (16) | 2008.08.27 |
WALL·E (2008) : 불편하지 않은 디스토피아의 진실. (40) | 2008.08.10 |
The Dark Knight (2008) : Why So Serious? (125) | 2008.08.06 |
Batman Begins (2005) : Why Do We Fall? (15) | 2008.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