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eWeek Culture : 리뷰의 궁극오의

MuzeWeek/Culture 2008. 8. 27. 12:30

...제목에 낚여서 들어온 분들께는 일단 90도로 허리굽혀 사과드립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언젠가는 한번쯤 짚어두고 가야 할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한번쯤 글로 정리를 해둬야 할 것 같아서 본 포스팅을 계획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글은 많은 리뷰어들이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지만) 한번씩은 꼭 적는, 소위 "리뷰를 쓰는 원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Muzeholic이 리뷰를 쓰는 원칙"이 되겠습니다. 제목처럼 리뷰의 궁극 오의를 바라시는 분들은 그냥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될 것이고, 그냥 이놈이 뭔 잡소리를 늘어놓나 궁금하다면 읽어보셔도 괜찮습니다.

from orionwell.files.wordpress.com

0.
일단 리뷰(review)의 정의부터 간단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커서님의 스포일러는 리뷰어가 아니라 읽는이의 책임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물론 저는 그다지 독자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글을 써낼 수 있는 실력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민폐'라는 말을 듣는 일은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커서님의 글에 100% 동의한다고 하기는 좀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뷰어들의 배려지 강제조항은 아니거든요. 완벽하게 스포일러를 배제하려면, 방법은 한가지 뿐입니다. 정말 뭐..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재밌었다능" 식으로 진행해야죠. 이건 그냥 개인의 기록일 뿐이지, 엄격히 말하면 리뷰로서의 가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온라인으로 공개된 짤막한 시놉시스 정도 혹은 트레일러에 공개된 정도의 정보만을 사용해 진행하는 방법도 몇번 사용을 해보았습니다만, 확실히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그러니까, 스포일러의 수위를 영화 배급사에서 결정한 부분에 맞춰주는 격이랄까요.) 하지만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더군요. 리뷰라기보다는 영화 소개에 그치는 느낌도 들었구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더니 오히려 일이 잘 풀렸습니다.

1.
그 초심이 무엇이냐구요? 바로,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리뷰"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리뷰를 통해서 영화를 본 것과 다름 없게 된다면, 그거야 말로 하등에 쓸모없는 짓이죠. 문자 중계도 아니고 그냥 보면 해결되는걸 왜 굳이 글로 적고 있고, 또 그걸 왜 굳이 읽고 있습니까. 영화에는 없는 것, 혹은 있는데 부연설명이 필요한 것, 분석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한 마디로 ''를 위해 보는 것이 리뷰 아닐까요? (커맨드센터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데 애드온만 있으면 뭐하나요.) 어쩌면 이 방법이 가장 정통일지 모릅니다. 스포일러에 신경써야 하는 압박감도 덜하구요. 철저히 +α에 충실한 리뷰란, 평범한 관객으로서 영화 관람을 클리어(?)해야 열리는 보너스 스테이지에 해당합니다. 리뷰어가 할 일이란, 그 보너스 스테이지를 얼마나 맛깔나게 장식하는가에 있겠죠. 별 감흥이 없다면 그냥 묻혀버릴 것이고, 아니라면 입소문을 타게 되는 것이니까요.

2.
제 리뷰에는 단 하나의 원칙이 존재합니다. "철저하게 작품 그 자체와만 대화한다." 물론 다른 관객들과 어떤 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엿듣기도 하지만, 외적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를 내재적 관점에서 보려 노력합니다. 물론 외적인 것들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감독이나 배우들의 인터뷰라든가, 준비과정이라든가를 살펴보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니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도가 작품에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 그것이 메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태도 때문인지 저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는 감독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꽤 됩니다. (자랑이다;; 물론, 워낙에 스타일이 독특해서 누군지 모르고 들어가도 진작에 감 잡히는 감독들도 있지만.) 하지만 그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릅니다. 감독이 누군가, 그의 이전 작품들이 어땠는가에 신경을 쓰다보면 오히려 순수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뺐기게 되거든요. 리뷰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The Dark Knight의 경우도 많은 분들이 Heath Ledger의 연기에 감탄하셨고, Christopher Nolan 감독의 연출에, David S. Goyer 작가의 시나리오에 찬사를 보냈지만 전 단 한 줄도 그에 대해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가 아닌, 히스 레저의 영화가 아닌 순수하게 다크나이트 그 자체만을 보려고 했던 것이죠. (제 리뷰에 작품 자체에 등장하는 인용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3.
다음으로, "모든 것을 다루려고 애쓰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이 "왜 이런 건 안 적으셨나요?"라고 질문하십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버리려고 하면 세상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물론 욕심은 납니다. 그렇기에 The Hours 리뷰 같은 경우 몇년이 지나도록 수차례에 걸쳐 계속 업데이트했던 것이구요. 특히 저처럼 많은 리뷰를 작성해낼 수 없는 리뷰어의 경우,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당연히 욕심이 나죠. 하지만 그건 오히려 독자 분들께 민폐라는걸 깨달았답니다. 길어봐야 제대로 다 읽어주는 사람도 거의 없고 말이죠. 그렇게 집중력만 떨어뜨리기보단, 차라리 한 두가지 포인트에 집중해서 분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뭐, 논문을 쓸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완벽할 수 없는데 리뷰는 완벽하게 쓰려고 한다? 넌센스죠. 이 점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좀 더 나아가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더라, 여기까지면 충분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위에서 적은 '내재적 요소들과만의 대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그 내재적 요소들 조차도 전부 다루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지만요.)

4.
그 이외에 잡다한 점들을 언급해볼까요. 이건 뭐 '리뷰'라기보다 '글'을 어떤 식으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 간단하게 적어봅시다. 1) "구어체를 활용하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글흐름을 만들어낸다." 눈치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글은 굉장히 '말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제 오래된 습관이기도 하고, 법학을 공부할 당시 '절대 이따위로 복잡하고 억지스러운 글은 쓰지 않을테다'라고 다짐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글자 그대로 읽어도 자연스러운 하나의 스피치가 될 수 있는 그런 글. (그러다보니 쉼표를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 요즘은 의식적으로 검토를 합니다만.) 2) "만담은 나의 원동력이다." ...물론 심각한 글에서 뜬금없는 개그를 치는건 예의(?)가 아니고, 몇몇 분들이 보시기엔 천박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재밌게 살아야죠. 가뜩이나 세상이 흉흉한데 리뷰까지 팍팍하게 쓰면 무슨 재미인가요. 물론 만담을 즐겨 한다고 '잘' 하는건 아니지만, 전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모니터 앞에 무표정으로 앉아 계시길 원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피식'이라도 해주시면 그저 감사입니다. 더 나아가 리플이라도 달아주시면 좋아 죽습니다. ( --); (그...원래 만담가는 관객들 리액션을 먹고 사는 직업인데 말이죠.)

이렇게 길게 적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무슨 글만 쓰면 기본적으로 이만한 분량이 나와버리네요. 그냥 리뷰를 작성하며 했던 생각들이나, 나름의 방식들을 글로 옮겨봤습니다. (이건 뭐...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적어놓고 보니 스스로가 굉장히 편협한 리뷰어처럼 보이네요. 정작 리뷰도 몇개 없으면서 말이죠. (여백의 미 ㄳ) 뭐,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궁극 오의도 터득하게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