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Wide Shut (1999) : A Dream Story.
MuzeWeek/Culture
2008. 9. 22. 16:13
Stanley Kubrick의 유작. 마에스트로의 마지막 작품. 그리고 그 비슷한 부류 모든 것이 바로 이 영화, Nicole Kidman과 Tom Cruise의 주연으로 기억되는 Eyes Wide Shut (1999)을 수식하는 표현이다. 엄밀히 말해서 나는 그의 세대가 아니다. 그가 침상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이 작품 전이라고 해봤자 1987년도의 풀 메탈 자켓 정도인데, 내가 알리가 없지. 솔직히 말하자면 꽤 최근에서야 SF 영화 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찬사를 받는 2001 : A Space Odyssey (1968)를 보게 되었는데, "...하아?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스탠리 큐브릭 스스로가 '한번 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지만 정말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Arthur Clarke의 동명 소설도 일단 사놓긴 했는데, 여유가 안 나서 일단은 보류 중.) 이 잡다한 서론의 결론은 무엇인가 하면, 본인은 그의 세대도 아니고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도 아니지만, 그가 왜 마에스트로라 불리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는 것이다.
Eyes Wide Shut (1999)
마스크 생긴 것도 참...
그 여정의 끝에는 항상 각성(awakening)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Alice Harford(니콜 키드만 분)는 남편이 고백한 모험담(?)을 듣고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선 가게에서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We need to do one very important thing soon. Fuck." (우린 최대한 빨리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해야 되요. 섹스.) 영화 자체가 'fuck'이라는 단어로 끝난다는 것도 상당히 난감하긴 한데, 왜 하필이면 그 단어로 끝맺음을 냈는지는 사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Alice는 일상의 행복에 젖어있는 그의 남편에게 자신이 꿈에서 겪은 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Bill은 그것에 대한 귀여운 복수심에서랄까 여타 모험을 하게 된 셈이다. 저 대사의 의미는 그 모험에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서로와의 섹스라는 것인데, 결국 이 영화는 fuck으로 시작해서 fuck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성적 판타지에 대한 담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섹스란 '살아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죽어서 사후세계를 헤매는 것 같은 이 과정에 끝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그 살아있음의 증거를 실현하는 것 뿐이다. 이 영화에 따르면 'fuck'이라는 행위는 꿈에 밀접하게 관련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그것에 종결을 가져오는, 각성의 작용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것이 실제로 꿈에서 깨어난 것이 아닌, 새로운 꿈으로의 연결이라는 의미일까. 재미있는건, 어떻게 하든 간에 불가능해보였던 '부부간의 성행위'에 대한 판타지화가 이 영화에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결혼을 안 해서 솔직히 모르겠지만.)
Eyes Wide Shut, 왜 하필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이 직접 이 영화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못했지만, 이 제목 하나에 그의 의도를 전부 담아낸 것 처럼 보인다. 보통 eyes 다음에 wide가 오면, 그 수순은 open이 되어야 한다. eyes wide open은 '눈을 크게 뜨고' 바라 본다는 것인데, 너무도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는 표현에 사용되기도 하고, 아니면 누군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식의 표현에 사용되기도 하겠지. 그렇다면 open을 shut으로 바꿔서 얻은 의미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분명 있는건 아는데, 보이지 않는 척이다. 보고도 보지 않은 척. 분명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나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벙어리가 되려 하였다'라는 구절과 일맥상통한달까.) 비합리적이라고? 그게 무슨 삽질이냐고? 아니 이건 꿈 속을 헤매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행태가 아니라, 우리 인류 자체의 본질을 암시하는 말이다. 인간이란 분명 적어도 이 지구 상의 최고 지적 생물체로서, 수도 없이 많은 지식을 향유하고 있고 생태를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해당 정보를 지니고 있을 때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길을 가고야 만다. 그게 유전자 속에 포함된 반골 인자 덕인지, 아니면 여유로움에 배가 불러서 파생되는 무지인지는 알 방도가 없지만, 분명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질끈 감고 있다. 2
무서운 러시아 여인네.
이건...서비스.
- 영어로는 Dream Story라고 번역됨. [본문으로]
- Stanley Kubrick은 촬영을 마치고 사흘 뒤 사망했는데, 그가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측근들의 말이 꽤 차이가 난다. 말도 안 되는 쓰레기같은 영화라고 했다고 하기도 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별로 편집과정도 거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기도 하고 말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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