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n (2008) Is Here To Stay!

MuzeWeek/Culture 2008. 5. 6. 13:59

The Iron Man is back! (Iron Man Mk2)

4월 중순쯤부터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 Iron Man (2008)의 트레일러 영상을 접한 순간, "그래 올해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사실 트레일러 자체도 정말 훌륭하게 편집되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트레일러를 잘 만들어도 영화 자체가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광고가 전부더라'는 반응이 나오겠지만요.) 따라서 이 리뷰 아닌 리뷰에서는 트레일러에서 정도만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진행하겠으니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트레일러 영상은 아이언맨 한글 공식 사이트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War Machine

사실 Iron Man이란 호칭을 들으면, 코믹스든 게임이로든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The Man in Iron Mask (아이언 마스크)를 연상시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제레미 아이언스, 제라르 드빠르디유 등 호화 캐스트들로 구성됐던 아이언 마스크 (1998) 영화를 볼 당시엔 (무려 지금부터 10년 전이니 상당히 어릴 적이지만;;) 아이언 마스크가 뭔가 이번의 아이언맨 같은 초특급 삽질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맥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 혼자만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전 Iron Man을 코믹스로는 한번도 접하지 못했고, 오히려 아케이드 게임 마블 vs 캡콤 시리즈에서 애용(?)했던 War Machine을 통해 Iron Man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워머신은 영화에서도 토니 스타크의 친구이자 공군 파일럿으로 등장하는 로드라는 인물이 후에 운영하게 되는 기체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그 캐릭터가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후편을 염두해 두고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Ooh..next time, baby.")

Tony Stark

하지만 정치외교학도의 눈으로 보았을 때, 혹은 대항해시대에서 무기 밀매 상인(=ㅅ=..)을 플레이했던 이로서는 아이언 마스크마블 vs 캡콤 등보다도 오히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2005)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Lord of War의 주인공인 Yuri Orlov는 무기 유통업자일뿐 제조는 하지 않기 때문에 Iron Man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는 차이가 있고 오히려 더 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그렇기에 둘의 설정을 비교해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나 싶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무기가 미군을 위해서만 사용되며, 자신의 아버지와 스스로를 적보다 더 큰 막대기를 제공하는 애국자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던가요.) 그에 반해 유리 올로프는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중립을 지킨다며 그 상대가 누구든 값을 지불할 수 있다면 무기를 공급합니다. 오히려 로드 오브 워에서 올로프의 경쟁 무기상인으로 등장하는 Simeon Weisz가 토니 스타크와 닮아있는 셈이죠. (그는 올로프의 중립성과 탐욕을 비판하며, 적합한 곳에 적합한 무기를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니까요.) 이렇게 보면 토니 스타크는 참 순진한 인물일지 모르고, 이러한 설정은 수많은 미국 무기산업체들에 암시적인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히어로물이라면 어딘가엔 분명 허구성을 가지고 있고 그 허구성에 기반한 카타르시스가 얼마나 훌륭히 구현되는가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Iron Man은 아주 멋지게 성공했음이 틀림이 없습니다.

The Dark Knight

...어쩌다보니 닮은꼴 작품 찾기 놀이가 된 것 같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 더 보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무기상인이라는 점에서 Lord of War와 비교를 해보았다면, 캐릭터 전반의 구도를 생각해보면 역시 배트맨(Batman)과 브루스 웨인(Bruce Wayne)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둘은 모두 존경받는 아버지를 둔 백만장자이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인데다,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첨단 테크놀로지만으로 전투기어를 구성한 히어로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공통점을 뒤로하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공포라는 매개입니다. Iron Man (2008)은 그런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Iron Man이나 Iron Monger가 등장하는 씬은 마치 좀비 공포영화처럼 긴장감을 조성하며 겁에 질린 상대방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기법은 팀 버튼배트맨 영화 시리즈에서 자주 사용되었었죠.

Iron Man Mk1

트레일러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의 제리코 미사일 시연회 연설 한 줄이 이 논의를 가장 잘 설명해줍니다. "Is it better to be feared or respected? And I'd say, is it too much to ask for both?" ("존경받는 것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요? 하지만 전, 굳이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이런 점에서 보면 Iron Man은 배트맨의 업그레이드판(?)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배트맨은 무술과 여타 장비들의 도움을 받아 활동했기에 분명 적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했지만 (...싸움 후엔 집사 알프레드가 상처를 치료하고 찢어진 옷을 꿰메고 하니) 아이언맨은 이른바 파워 수트(powered exoskeleton)를 통해 20세기 어둠의 히어로를 21세기로 데려온 셈이죠. 그리고 이 배트맨과의 연관성은 생각보다 중요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Iron Man Mk3

왜 우리가 아이언맨에 열광하는가는, 왜 지난 세기에 배트맨에 열광했는지 혹은 왜 최근에는 TV 시리즈 스몰빌의 주인공이 Green Arrow(=ㅅ=;;)가 되어가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초능력'이 없는 히어로들입니다. 한마디로 실현가능할지도 모르는 영웅의 모델들이죠. 예전에 해리포터 7권 리뷰에서 영웅주의에 대해 줄창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우리가 영웅을 갈망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때 세계는 슈퍼맨에 열광했지만, 그것은 그의 고귀한 품격과 초인임에도 불구하고 지닌 인간성에서 기인한 점이 더 컸지 '나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크립톤인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Iron Man 역시 영화 자체에서 아예 그런 논의를 내비칩니다. "이런 슈트 몇개만 있으면 전 세계는 내 차지가 될텐데혀.." 아이언맨 수트만 있다면 술에 쩔은 백만장자 아저씨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심어준 셈입니다. (사실 이러한 판타지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언맨 수트를 입는다면 토니 스타크의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역순의 감정이입도 가능하게 하지만, 살짝 마이너한 감이 있으니 패스.) 아무튼 이러한 범세계적 카타르시스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이고, 그 결과는 흥행 실적으로 꾸준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Is it better to be feared or respected? And I'd say, is it too much to ask for b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