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04.07.19 - Roma 1박째 (Firenze → Roma)

Wanderer's Diary 2007. 9. 27. 22:03
숙박: Pisana Palace Hotel. (★★★★)

- 피렌체 S.M.N역에서 10시 20분에 출발해서 Roma Termini역에 11시 50분에 도착. (생각보다 무지 빨리 도착. 에우로스타 이탈리아가 좋긴 좋다. 어떤 가이드북 보니까 별로 안 좋다고 나와 있는데, 솔직히 초고속이라고 하긴 무리가 있지만 느리지 않고 1등석 시설도 좋다. 특히 좌석이 굿. 사실 1등석 예약 추가 요금이 €3보다는 비싼 구간이 있긴 하다. 그래도 얼마 안함.)

- 호텔 찾아가는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무려 3시간! 전화를 해보니 테르미니역에서 40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881번을 타고 오면 된단다. 그렇게 했지. 일단 40번. 종점에서 내리니까 이미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골목길이더라. 한참을 헤매다 버스 정류장을 발견하고 안내판에 적힌 81번을 타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버스 기사한테 voucher를 보여주며 여기 앞에 지나 가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훌쩍이며 내려서 생각했다. 반대쪽에서 타는 건가? 길을 건너 다시 81번 버스를 잡고 물어봤다. 아예 노선 상에 그런 주소로 갈 일이 없단다. 갈 길을 잃고 호텔에 다시 전화를 했다. 81번이 아니라 881번이라며 혼났다. 젠장. 그러나 그 거리 어딜 봐도 881번이라고 적힌 버스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우리의 마지막 단서 Piazza Pia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Pia 광장이란 뜻인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산 안젤로 성과 바티칸 중간의 골목 비슷한 곳이다. 그러니까 40번 버스에서 제대로 된 곳에 내리긴 한 것.) 그러나 문제는 어디서 881번이 서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훌쩍이며 산 안젤로 성 앞을 서성이는데 Information 부스가 보이더라.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다리 건너편에서 881번 버스가 온단다. 그래! 드디어 호텔, 침대, 샤워, 시원한 에어컨! 우리의 여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881번을 타고 Pisana거리라는 곳에서 내리긴 했다. 그런데 사실은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면 바로 호텔 앞에서 내려주는 건데 너무 성급했다. 호텔 주소가 Pisana 470번 대였는데 내리고 보니 Pisana 1번지. 털썩. 그래, 얼마 안 되겠지 걷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걷자는 판단은 좋지 않다. 버스를 타라. 미리 내렸어? 그럼 기다렸다 다음 버스를 타고 가자.) 그렇게 역시 배낭을 메고 1시간을 걸었다. 200번 대까지는 꽤 빨리 나왔는데 중간에 갑자기 건물들이 없어지더라 털썩. 겁나게 걸어서 온 만큼을 가서야 다시 건물들이 보였고, 호텔을 발견한 것은 한참 후. 호텔 앞에서 여유롭게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웃었다 미친 듯이. 냐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중에 생각해본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 호텔, 행정구역상으로 로마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체크인 하고서도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서 걸어 올라가다 호텔 안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냥 넘어가자 더 비참해지기 전에 ㅠㅠ

2007 note : ....얼마 전 E군이 알려준 사실이지만, 자기가 구글 어스에서 Pisana Str.를 찾아봤더니 호텔은 정 중앙에 있더랜다....전체 길이는 얼추 4km 된다던데 ㅠㅠㅠㅠ

- 오늘은 로마의 서쪽 구역 → 중앙 구역 → 북쪽 지역으로 이어지는 소위 ‘광장’ 코스를 다니기로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놈의 도시는 광장만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일단 건물이 없는 곳은 무조건 광장이라고 여기는 건지.
- 처음은 Navona광장. 피렌체에 있을 때 TV에 나와서 눈에 익더라. 중앙에 오벨리스크 비슷한 게 서 있고 그 아래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라던가 뭔가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신기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오늘은 별로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가족 단위로 나와서 노는 사람들이 많았다.
- Pantheon(판테온)에 갔을 쯤 E군이 사라졌다. 아니 스케쥴은 지가 다 짜놓고 사라지면 어쩌라는 건가혀;; 젠장, 한 1시간 정도 헤매다가 어쩔 수 없이 Tourist Information에 안 찾아갔더라면 국제미아가 될 뻔했다. =ㅅ=;;;
- 인포메이션에서 받아들고 나온 로마 관광 지도를 놓고 나는 예정된 코스대로 (사실은 예정된 코스가 뭔지 까먹고 있었기에 제일 커 보이는 데로 갔다.) 판테온 동쪽에 세로로 쭉 뻗은 길을 따라 베네치아 광장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도 광장 맞잖아? 그래 E군이 여기서 돗자리 깔고 개념을 초장에 찍어먹고 있을 수도 있겠군하...잡히기만 해봐ㅅㅂ. 도착해서 한 시간을 서성여도 보이지 않았다. 훌쩍. 나 호텔갈래. 터덜터덜 온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E군이 나타났다. (아마 그날 나의 욕지거리 스페셜이 탄생했는지도.) 아무튼 E군은 날 찾으러 북쪽에 있는 스페인 광장에 갔단다. 그게 코스였다면서. (아니 내가 그걸 무슨 수로 아나혀;; 여기가 무슨 우리 학교 캠퍼스도 아니고 대도시란 말이다 버럭.)

- 아무튼 그 길로 다시 tourist information에 찾아가서 CD버닝이 가능한 internet cafe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알려주더라. (아, 정말이지 로마에 갔을 때는 tourist information을 적극 활용하자. 곳곳에 꽤 많이 있고 안내원들도 친절하다. 산 안젤로 성 앞의 부스에는 예쁜 누님도 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런데 사실 인터넷 카페보다 더 좋은 걸 발견했다. 어느 Kodak샾 앞에 광고를 보니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를 맡기면 그것을 CD로 백업해준다는 것이다. 헉! 문화충격. (사실 알았어야 했다. 한국에서도 다 해주는 건데. 런던에서도, 파리에서도. 흑.) 여하튼 메모리 카드를 맡겨놓고 옆에 있는 환전소에 들어가 인터넷을 잠깐 했다. (한글이 안 읽혀 대략 압박.)

- 그 후 경로: 스페인 광장(스페인 대사관이 있었던 자리라서 스페인 광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로마의 휴일에서 그 아이스크림 할짝이며 폴짝폴짝 뛰어내려오는 장면 때문에 완전히 유명세를 탔다.) → Papolo광장(어떤 무명 밴드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역시 신기하고 재밌었다.) → 테베레 강가를 따라 S.Angelo 성(여기서도 테베레 강가 다리를 건너고 다시 건너고 또 건너고 삽질을 많이 했다. 산 안젤로 성 안은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야경만 찍었다.) → Paola 광장(바티칸이 바라보이는 곳. 실제로 Piazza Pia와 붙어 있다.) → 호텔 무사 귀환.
- 정말이지 환장하게 걸은 하루였다. 잠옷 차림에 샌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