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해설] BSG - All Along The Watchtower.

MuzeWeek/Lyrics of Moment 2008. 5. 14. 22:40
* Lyrics of Moment.에서는 Μųźёноliс이 직접 해석한 가사와 간단한 해설을 제공합니다.


"There must be some way out of here," said the joker to the thief,

"여길 빠져나갈 길이 있을텐데 말야" 조커가 도적에게 말했다.

"There's too much confusion, I can't get no relief.
Businessmen, they drink my wine, plowmen dig my earth,
None of them along the line know what any of it is worth."

"너무 혼란스러워, 안심할 수가 없어.
사업가들은 내 와인을 마시고, 농부들은 내 땅을 파고 있지
그게 무슨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No reason to get excited," the thief, he kindly spoke,
"진정하라고" 도적은 친절하게 말을 꺼냈다.

"There are many here among us who feel that life is but a joke.
But you and I, we've been through that, and this is not our fate,
So let us not talk falsely now, the hour is getting late."

"안 그래도 인생은 빌어먹을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
하지만 우리 이 얘기 이미 몇번도 더 했었잖아, 이건 우리 운명이 아니야.
그러니 말조심하자고, 이미 날이 저물고 있거든."

All along the watchtower, princes kept the view
While all the women came and went, barefoot servants, too.

감시초소를 따라, 왕자들이 망을 보고 있었지
여자들과, 맨발의 시종들이 들락 날락 거리며..

Outside in the distance a wildcat did growl,
Two riders were approaching,
the wind began to howl.

저기 멀리서 살쾡이가 울부짖었지
그리곤 두명의 기수가 다가오고 있었어
바람도 울부짖기 시작했지

All along the watchtower..
저 감시초소들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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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원래 밥 딜런의 원곡을 배틀스타 갈락티카에 삽입하기 위해 BGM 아티스트 Bear McCreary가 커버한 곡입니다. Battlestar Galactica의 시즌3 피날레 에피소드에 계속 반복되는 멜로디와, 클라이막스에 삽입되는 노래가 전부 이것입니다. (사실 그 멜로디 자체는 밥 딜런의 원곡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배틀스타 버젼에서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밥 딜런의 노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노래도 해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번역은 쉬운데 '해설'이 어렵습니다. 지난번 오아시스의 Wonderwall 해설에서도 꽤 많은 분들로부터 총체적인 개소리라는 리플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꿋꿋이 이번에도 제 해석과 리서치 결과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이 노래를 해석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는 바로 the joker(조커)the thief(도적)가 누구인가에 있습니다. 당장 번역은 어렵지 않지만 도대체 이들이 말그대로 광대와 도둑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인지 단정지을 수 없죠. 이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기타 등장 요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의미가 달라집니다. (즉, businessmen, plowmen 등등) 따라서 위의 번역은 객관성과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한에서 최대한 직역을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아무튼 이 노래의 뜻을 검색해보겠다고 이리저리 뒤적거려보면, 가장 다수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joker는 예수(jesus)를 의미하고, the thief는 함께 십자가형에 처해지던 도적을 의미한다는 해석입니다. 왜 조커가 예수로 둔갑을 했느냐하면 막상 의문이 생깁니다만, 트럼프나 타로(Tarot) 카드에서 이른바 '조커' 역할을 하는 패가 보통 전능(?)한 힘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joker 혹은 jester란 타로에서 the fool(바보)이라는 카드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속어로 해보면 '똘추짓 하는 놈'(즉, 광대) 정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보통 예수를 '광대'에 빗대는 이들은 적어도 기독교인은 아니겠죠. 밥 딜런 역시 이 곡을 썼을 당시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근거로 밥 딜런이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것이 1977년도의 일인데 지미 헨드릭스가 이 곡을 커버해서 유명세를 탄게 이미 1968년의 일이니 시기적으로 한참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유대교에서는 기독교와 예수를 보는 입장이 분명 다르기 때문에 the joker가 예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름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아무튼 그렇다면 나머지 해석은 어떻게 될까요? 자신의 와인을 마신 businessmen은 바로 최후의 만찬에 함께 했던 12제자가 되겠고, plowmen은 예수의 무덤을 파는 무덤지기쯤 되겠군요. 그 다음부터는 너무 하위 분류가 많으니 여러가지로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런 전제 없이 가사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그리고 밥 딜런의 다른 노래들과 6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더 뚜렷한 메세지를 읽을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광대와 도적. 광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봉건시대 때 천민의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출세하면 왕실 광대가 되는 것이지만 결국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형편에서 높으신 분의 개로 신분상승(?)하는 것이죠. 도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습니다만, 일종의 생계형 범죄자(?)라고 해두면 되겠습니다. 광대가 안절부절하며, 분노하며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이른바 부르주아 계급인 businessmen은 자기의 와인을 마시고, 평민 계급인 농부는 자신의 땅을 갈지만, 그 가치를 몰라준다고 합니다. (사실 my wine이니 my earth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냥 큰 그림으로만 보기로 합시다.) 그러자 동병상련의 도적이 그를 다독이며 말합니다. 인생은 빌어먹을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렇게 사는건 우리 운명이 아니라고.

상반부의 대화를 이렇게 읽으면, 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저항과 혁명의 노래'가 됩니다. 그렇다면 뒤에 등장하는 감시초소(the watchtower)와 왕자들(princes)의 의미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 구절에 관해서는 베트남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역시 다수설이지만, 그런 외재적 관점을 전부 배재하고 보도록 합시다.) 왕자들은 기성과 권력, 억압의 상징이 되겠고, 감시초소는 그들이 숨어있는 요새, 혹은 억압의 수단이 되겠죠. 뭐 들락날락하는 여자들이야...(후략) 그리고 그들을 맨발로 시중드는 노예들. 이는 모두 전체적인 사회구조, 이른바 시스템(system)을 묘사하는 그림이 되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거기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죠. 멀리서 살쾡이가 울부짖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갈등이나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라 볼 수 있고, 두 명의 기수는 the joker와 the thief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마지막 구절은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앞에서 어떤 구조가 짜여졌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불안에 떨고 분노하며 서로 푸념을 하는듯이 보였던 그 두 인물은 어느새 혁명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람을 가르면, 그 뒷 일은 상상에 맡긴다는 서사가 완성되는군요.

물론 이 이외에도 해석은 수백가지(...말 그대로)가 더 가능합니다. 개중에는 the joker가 밥 딜런 자신이고, the thief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의미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당시 흑인 음악이라고 여겨지던 여러 장르들을 많이 베꼈다는 비판도 있었다는군요.) 따라서 시스템을 의미하는 the watchtower는 음악업계로 특화되는 것이고, 뭐 그렇게 음악업계가 점점 타락해가는 것을 형상화했다는 해석이죠. 또 하나 흥미로운 의견도 있었는데, 이 노래가 처음 공개되었을 쯤 (그러니까 1968년) Paul Williams라는 사람이 이 노래의 구조를 두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는 리뷰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왜 뫼비우스의 띠인가 하면, 처음 부분에 해당하는 광대와 도적의 대화는 이 스토리 라인의 중간 부분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그 대화는 두명의 기수 구절 이후에 위치해야 하고, 따라서 시작이 끝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폐쇄공포증이 느껴지는 구조라고도 하는데...그건 좀 오바같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노래에 열광했을 때는 아마, 제가 읽은 것과 비슷하게 노래를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배틀스타 갈락티카에 삽입된 이유는 아마도 this is not our fate라는 구절 때문인 것 같지만, 덕분에 정말 훌륭한 시즌 피날레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노래가 어떻게 읽히시나요 ^^;;